※내부자는 많은 것을 안다. 몸 담은 조직의 강점은 물론 문제점도 꿰뚫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기 때문에 공론화할 가치가 있음에도 알고 있는 것을 솔직히 밝히기 어렵다. 레이더P는 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이끌고 있는 선임급 보좌관들의 시각과 생각을 익명으로 전달하는 '복면칼럼'을 연재한다. 여야 한 명씩 매주 정치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익숙한 얼굴이 검찰 청사 현관에 굳게 입을 다문 채 서 있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군 서열 1위였던 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국민은 오롯이 그의 판단과 결단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닌 사관학교 교정에 걸린 '명예는 생명이다'라는 글귀가 한순간에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이래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기가 안 통하는 땀복 전투복, 총알에 뚫리는 구멍 방탄복 등 군인 개인용품 비리 때는 그저 헛웃음이 나오더니 실제 전투에 사용될 공격 헬기, 군함 비리에 이르러서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방산비리를 단지 군 최고책임자 몇 명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개인비리로만 치부해 버리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분명 방산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익숙한 얼굴이 검찰 청사 현관에 굳게 입을 다문 채 서 있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군 서열 1위였던 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국민은 오롯이 그의 판단과 결단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닌 사관학교 교정에 걸린 '명예는 생명이다'라는 글귀가 한순간에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이래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기가 안 통하는 땀복 전투복, 총알에 뚫리는 구멍 방탄복 등 군인 개인용품 비리 때는 그저 헛웃음이 나오더니 실제 전투에 사용될 공격 헬기, 군함 비리에 이르러서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방산비리를 단지 군 최고책임자 몇 명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개인비리로만 치부해 버리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분명 방산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방산비리를 보며 국방을 관할하는 국회 국방위원회는 왜 방산비리에 대한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못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국방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17명의 국방위원 가운데 군인 출신은 6명. 하사관 출신의 여성의원을 빼곤 모두 4성 장군 출신이다. 무기체계 등 군내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이니만큼 매서운 시어머니 노릇을 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친정집에 해당하는 국방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측면도 강하다. 얼마 전 군내 성추행 사건을 외박 탓으로 돌리며 군을 감싼 것이 그런 경우다.
나머지 11명 민간인 국방위원 중 딱히 국방 안보전문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나마 18대 국회 때부터 줄곧 국방위 여당 간사와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장관이나 3군 장성들이 두려워하는 정도다.
그는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고고도미사일(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안규백 의원만이 야당 간사를 맡는 등 8년째 '열공' 중인 정도다.
다른 하나는 '정보 접근 및 취득의 제한'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의원의 자료 요구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를 들며 부실한 자료를 툭 던져주거나 '국가기밀'이라며 아예 대놓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사병 월급 인상이나 군인생활관 개선 같은 비전투 관련 자료는 과잉 친절하면서도 군함, 헬기 등 전투 분야는 찔끔찔금 자료를 내놓는 '새모이 자료'로 뻗대기를 한다. 면전에서는 깍듯하게 '국방(國防)위원님'이라고 대접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마지막은 온정주의도 있다. 수많은 기밀 자료를 다루는 곳이다보니 국정감사 때 '한방'이 필요한 국회의원들이 국방부 자료를 요긴하게 쓰곤 한다. 또 지금은 사라졌다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병역 관련 '민원'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아쉬운 경우가 많다.
또 계룡대 국정감사 때 현관에 도열한 수많은 별들의 우렁찬 경례를 우쭐해 즐기고, 야전복 차려입고 최전방 안보시찰이나 다니며 생색을 낼 수 있는 위원회가 바로 국방위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정부 분야를 감시하는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고 심각한 국방 분야에서는 국회의 통제권을 지금보다는 다르게 손질해야 한다. 손질해야 하는 이유로, 숫한 방산비리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국방부에서 들먹이는 국가안보상 기밀이라는 것이 방산비리로 위협받는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수룩한 국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진실 공방 중인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KF-X)은 핵심기술이 쏙 빠진 '아날로그 전투기 사업'으로 둔갑하지 않을까. 1970년대 어군탐지기를 장착해 깜깜이 구축함이 돼버린 통영함은 또 어쩌나.
19대 국방위원들의 '마지막 파이팅'을 애써 기대해본다.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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