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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모범생'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데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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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모범생'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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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탁월한 수사 성과를 거둬 검찰 내 ‘모범생’으로 불리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체면을 구기고 있다. 최근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무기중개상 함태헌(59)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21일 공식 출범한 합수단은 10월 말 기준 66명을 기소했다. 1심 결과가 나온 사람은 33명인데, 징역 10년이 선고된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 등 18명(55%)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작년 전국 법원 형사 1심 판결 실형률은 19.4%이다. 합수단은 지난 7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위사업 비리 86건, 9809억원 규모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소된 전·현직 군(軍) 장성만 10명에 달해, 합수단은 ‘별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올해 검찰이 해원자발개발 비리 사건과 포스코 비리 사건 등에서 주춤한 상황이어서 합수단의 성과가 더욱 주목받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통영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소기소된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합수단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이 통영함 장비 납품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미국계 군수업체의 제품 성능이 낮은 사실을 알면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보고서에 일부 허위 사실이 있지만, 황 전 총장이 허위 사실인지 몰랐기 때문에 고의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황 전 해군참모총장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과 함께 합수단이 기소한 최고위급 장성이었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증언들이 제출됐는데도 법원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합수단은 지난 11일 전직 군 간부 가족에게 돈을 준 혐의로 무기중개상 함태헌(5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돈의 성격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직업·주거 등의 사정을 볼 때 현재 함씨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함씨는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일광공영 이규태(66) 회장, 잠수함 도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승(76) 전 유비엠텍 대표 등과 함께 무기중개업계의 ‘큰손’으로 꼽힌다.

검찰은 함씨가 육군 중장 출신의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 아들과 최윤희 전 합참의장 아들에게 각각 유학비, 용돈 명목을 준 돈을 ‘뇌물’로 보고 수사했다. 하지만 법원이 “어떤 돈인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하면서, 합수단의 군 고위 간부에 대한 수사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함씨에 대한 보완 수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합수단 수사는 흔들림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지난 7월 국내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불리는 정의승씨에 대해 1000억원대 국외재산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그에 대한 법률·사실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정씨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도 않았고, 정씨를 기소하지도 않았다. 당시 합수단은 2주 뒤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발표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현재 합수단에 파견된 국방부과 국세청 인원은 연말에 돌아갈 예정이다. 연말은 다가오는데, 황기철 전 해참총장에 대한 공소 유지와 함씨에 대한 보완 수사 때문에 합수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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