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시티라이프 언론사 이미지

달빛에 홀려 떠도는 서해안 광활한 시선…변산 하섬

시티라이프
원문보기

달빛에 홀려 떠도는 서해안 광활한 시선…변산 하섬

속보
푸틴 "2026년까지 완충지대 확대" 지시…'돈바스 완전 해방' 언급
서해안 특징 가운데 하나는 썰물이 빠져나가면 넓은 우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주 말고는 별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다. 넘실대던 바닷물이 몽땅 사라진 것 같은 시선을 그 어떤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 부안군 하섬에 바다 갈라지는 날이 오면 전국에서 갯벌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하섬 외에도 부안군 변산 해안 일대는 품에 넣고싶은 풍경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광활한 갯벌 하섬의 바다 갈라짐


하섬은 변산반도 해안선의 서쪽 중심 지역인 격포해변과 변산해수욕장의 중간 쯤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이 섬은 평상시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지만 음력 1일과 15일 사이가 되면 약 3일 정도 바다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수시로 갈라지는 제부도 등에 비하면 어쩌다 물이 열리는 곳이지만 하섬 바다갈라짐은 특히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하섬 바다갈라짐을 본 것은 지난 5월 6일 오전 9시 경이었다. 그날은 음력으로 윤3월 16일(올해가 윤년이다)이었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5월 6일의 하섬 바다갈라짐 시각을 08시 26분부터 10시 10분, 그리고 오후 19시47분에서 22시 44분으로 예보했다. 하섬의 좌표는 북위 35°, 경위 126° 지점이고 섬의 고도는 불과 3m다. 해변에서 하섬까지의 거리는 약 1km가 채 되지 않는다.

오전 9시 무렵, 하섬으로 내려가는 초입 도로는 전국에서 바다갈라짐과 갯벌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승용차로 복잡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곳에 온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한결같다.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캡에 얼굴 전체를 덮고도 남을, 얼핏 보면 마치 외계인 처럼 보이는 뾰족뾰족한 마스크를 쓰고, 상반신 전체를 가려주는 바람막이를 입고, 반바지 또는 레깅스 차림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갯벌장화를 신고 있다. 면장갑, 또는 고무장갑을 낀 한 손에는 조그만 망태나 바구니, 또는 플라스틱 통이 들려있고, 다른 한 손에는 호미나 갈고리 등을 들고 있다. 그들은 하섬 갯벌이 좋아 팀을 짜서 봉고차 한 대를 빌려 이곳까지 달려온 갯사모 회원들이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거침없이 언덕을 내려간다. 갯벌에 활짝 열렸고, 곧 하섬 앞까지 모두 벌어진다. 그곳에서 백합, 꼬막, 죽합 등을 한가득 채워 돌아올 생각에 발걸음도 빨라진다.

사람들이 내려간 언덕 위에 서서 하섬 일대를 내려다 본다. 아직 바다가 완전히 갈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넓은 갯벌에 다닥다닥 게딱지처럼 붙어서 꼬물꼬물 열리는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갯벌생물들이다. 마침내 바다가 모두 갈라지고 갯벌과 하섬이 연결된다 해도 하섬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는 없다.

하섬은 1953년에 원불교에서 매입, 변산제법성지로 사용하는 도량이다. 마치 새우처럼 생겼다 해서(위성 지도로 보면 살아있는 새우의 형상이 보인다) 하섬(蝦島)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 섬은 조선 말까지만 해도 무인도였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일제시대 때 부안에 사는 모 씨 소유로 넘어갔던 것을 원불교에서 매입한 것이다. 주인이 바뀌면서 섬의 뜻도 바뀌었다. 이 섬의 매입을 결정한 사람은 원불교 대종사와 정산종사인데, 두 종사가 해제기도를 마치고 하섬(蝦島) 을 바라보다 그 모양이 마치 연꽃을 닮았다 했고, 매입 후 그 이름도 연꽃을 의미하는 ‘하섬(荷-연 하島)’로 변경했다.(원불교 웹사이트 참조)

하섬은 서해안에서 단연코 빼어난 풍광과 체험을 제공해주는 곳이지만 여행 목적지로서의 인프라는 없다. 그것이 하섬 바다 갈라짐의 결정적 장점이기도 하다. 식당을 찾을 수도 없고 숙박시설도 없다. 하섬의 갯벌을 체험하면서 변산 앞바다의 정취를 즐기고 싶다면, 근처 고사포해수욕장이나 격포, 변산해수욕장 등에 숙소를 잡고 바다갈라짐 또는 썰물 시각에 맞춰 하섬을 찾으면 된다.




고사포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


규모 면에서 서해안의 그 어떤 대형 해수욕장 못지 않은 풍광을 갖고 있다. 서해안 해변치고는 넓고 긴 모래사장을 갖고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썰물이 되면 해안선 정면은 물론 하섬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갯벌이 드러나 바다와 갯벌을 원없이 즐길 수 있다. 800여 미터에 달하는 울창한 솔숲은 해풍을 걸러주기에 충분하고 야영도 가능하도록 기초 시설이 되어 있다.


위치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443-2

대중교통 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0번 좌석버스, 200, 201, 210, 213, 301번 농어촌 버스를 타고 고사포정류장에서 하차.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펜션(실시간 가격은 예약 시 전화 확인, 규모와 시즌에 따라 가격 상이)


해조음펜션 http://www.haejoeumps.com / 010-3654-8092, 063-582-8092 / 9만원 ~ 22만원, 언덕나무펜션 http://www.westwoods.co.kr / 010-3652-2906, 063-581-7601 / 5만원 ~ 25만원, 스카이블루펜션 http://www.pensionblue.kr / 010-2372-8870, 063-582-2802 / 5만원 ~ 40만원, 하쿠나마타타 http://www.pensionhakuna.com / 010-2388-3756 / 6만원 ~ 25만원, 레몬테라스 펜션 http://www.pensionlemon.com

/ 010-3131-6599, 063-584-1153 / 5만원 ~ 25만원, 라비치펜션 http://www.labeach.co.kr / 010-8646-7009, 063-584-5939 / 7만원 ~ 27만원

깔끔하게 즐긴다, 대명콘도 변산

채석강

채석강


격포 해변은 해안선이 있고, 그 뒤로 나즈막한 해송 언덕이 있다. 대명콘도는 바로 그 뒤에 자리하고 있는데, 주면 경관을 크게 해치지 않고 투숙객들이 바다를 조망하고 접근하기 쉬운 뷰와 동선을 만들어 놓았다. 격포 해수욕장, 채석강까지는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유럽풍 디자인이 아름다워 사계절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504개의 객실은 콘도형과 호텔형으로 나뉘며 규모와 시설에 따라 패밀리형(침실+거실 겸 침실+주방+욕실), 스위트형(침실2+욕실2+거실+주방), 노블리안형(복층, 기타)으로 다시 구분된다.

격포해수욕장

격포해변

격포해변


격포해변

격포해변


변산반도 해안에서 격포해수욕장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그 해안선이 짧고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채석강이, 북쪽으로 적벽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채석강은 파도가 만들어 낸 자연의 작품이다. 약 7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생성된 거대한 퇴적암 덩어리인데, 7000만년 동안 바닷물이 때리고, 스며들고, 잠겨있다, 나가고, 또 들어와 때리고 스며들고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마치 켜켜이 쌓인 모습을 만들어 냈다. 이름이 채석강이 된 것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즐겨 찾았다던 ‘중국의 채석강’과 생긴 게 비슷하다 해서 그 이름을 따라 ‘채석강’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그 침식 정도가 다소 심해지면서 낙석 위험 경고판까지 붙게 되었다.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멀리서 바라봐야 채석강의 진수를 눈에 담을 수 있다. 채석강 건너편에 있는 적벽강은 중국의 소동파가 시를 즐겨 지었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비슷하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후박나무 군락과 어우러진 바위조각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다. 격포와 채석강을 제대로 즐기면서 서해의 낙조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뷰 포인드라 할 수 있다.


위치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283-1

대중교통 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0번 좌석버스를 타고 격포터미널 정류장에서 하차.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천만년의 해안에서 뛰어놀자 변산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서해의 3대해수욕장 가운데 한 곳이다. 그러나 나머지 두 곳인 만리포나 대천에 비해 변산수욕장은 눈에 띄게 개발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낭만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33년에 개장한 역사 때문에 명문 해수욕장이 되었지만 백사장과 갯벌이 혼재하고 있고 총 길이도 1km 미만이라 규모면에서는 소박한 편이다. 수심이 1m 정도이고 수온도 따뜻해서 조용한 해수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또한 해수욕장 바로 뒤로 농촌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점과 울창한 소나무숲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정취라 할 수 있다. 해수욕장 남단에 위치한 송포항은 작은 어항으로 전통 어촌의 풍경을 하고 있으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 063-580-4740

대중교통 부안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100번 좌석버스 타고 방포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 부안시외버스터미널 063-584-2098

펜션(실시간 가격은 예약 시 전화 확인, 규모와 시즌에 따라 가격 상이)

네버엔딩스토리 http://www.neverending.kr / 063-582-8300, 011-1776-2800 / 4만원~20만원, 풀꽃펜션 http://www.pulflower.com / 063-583-6010, 010-9884-9588 / 5만원~60만원

변산 일대 체험 맛집

계화회관


물 밖으로 나와도 한 달 넘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해서 ‘생합’으로도 불리는 백합조개는 전복보다 귀하다. 서해안 갯벌의 보물로 불리는 백합조개는 부안군 계화도가 원조. 계화회관의 백합죽은 약간의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백합조개와 쌀만으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백합파전과 백합죽이 별미. 손님이 많은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

위치 전라북도 부안군 행안면 신기리 211-2 / 063-584-3075

곰소궁 삼대젓갈(곰소궁 횟집)


젓갈은 액젓 양념이 관건. 곰소궁 삼대젓갈은 국내 멸치 액젓의 창시자인 조부에서 며느리, 딸로 3대째 이어온 젓갈 가게다. 시원한 바지락 국물과 15가지 젓갈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젓갈정식은 두세 공기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밥도둑이다. 우희승 사장은 “옛날에 임금님께 올릴 정도로 맛이 일품인 토화젓은 젓갈에서 흙냄새가 나는 게 진짜 민물새우젓”이라고 말한다. 곰소항의 천일염은 짜지 않고 미네랄이 풍부해 발효가 잘된다고 전해진다. 일본의 젓갈 시험에서 유일하게 합격한 특창젓을 추천한다.

위치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1167-35 / 063-584-1588

[글·사진 이영근 (여행작가) 맛집 사진 | 박명화(사진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30호(12.06.0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