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주말 성교육 캠프’
퀴즈 풀며 잘 몰랐던 상식 배우고
아버지들도 참여, 대화 기술 훈련
태도·의식 기르는 ‘체험형 성교육’
“ ‘남자니까’라는 말 때문에 세상 시선대로 살지 말고, ‘가장 나다운 남자’로 살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센터)’ 강의실에서 열린 ‘마성캠프(마음을 움직이는 성교육 캠프)’에는 촛불이 가득했다. 중학교 1~2학년의 사춘기 소년 13명이 남자가 되는 시작점을 축하하는 ‘사춘기 세리머니’를 여는 자리다. 2013년 시작된 주말 성교육 캠프인 ‘마성캠프’는 남자 청소년들이 1박2일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화로운 성문화를 배우는 시간이다.
아버지들도 참여, 대화 기술 훈련
태도·의식 기르는 ‘체험형 성교육’
“ ‘남자니까’라는 말 때문에 세상 시선대로 살지 말고, ‘가장 나다운 남자’로 살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센터)’ 강의실에서 열린 ‘마성캠프(마음을 움직이는 성교육 캠프)’에는 촛불이 가득했다. 중학교 1~2학년의 사춘기 소년 13명이 남자가 되는 시작점을 축하하는 ‘사춘기 세리머니’를 여는 자리다. 2013년 시작된 주말 성교육 캠프인 ‘마성캠프’는 남자 청소년들이 1박2일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화로운 성문화를 배우는 시간이다.
“미래의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남자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당당한 남자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잘못했을 때 인정하는 남자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등 한 명씩 일어나 다짐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의 어색한 표정에 미소가 스몄다. 남자 지도사들은 축가를 부르고 축시도 읽어줬다. 청소년들은 모두 축하의 의미로 장미꽃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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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의 ‘마성캠프’에 참가한 남자 청소년들이 ‘나의 다짐’을 낭독하며 사춘기 세리머니를 진행하고 있다. |
1박2일 동안 청소년 참가자들은 성과 관련한 궁금증을 푸는 스피드 퀴즈를 하면서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해 배웠다. 남자 지도사들과의 ‘남자끼리의 토크’를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묻기도 했다. 동시에 양육자 교육도 진행됐다. 10명의 아버지들은 29일 오전 아들의 조력자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고 오후에 아들과 함께 ‘남자 양육자와 함께하는 소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로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성인 남성과 청소년이 소통하는 시간이다. 파트너를 고정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 다양한 성인 남성과 만나 소통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이 시간에는 아들이 아빠의 눈이 되어주기도 하고 거꾸로 아빠가 아들의 눈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평소에 대화하기도 쉽지 않았던 부자가 손을 잡고 포옹을 했다. 박민성군(13)은 “아버지랑 평소에 얘기를 별로 안 하는데 몸 동작을 하니까 아버지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 성에 대한 질문을 아버지한테 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은찬 지도사는 “부자 간 소통뿐 아니라 성인 남성과 청소년들이 서로 스킨십을 하면서 대화의 기술을 늘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11명의 어머니들은 30일 오전 따로 아들의 성 발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을 받았다. 홍경숙 성교육 전문강사는 엄마들에게 “아이들도 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 아들이 본격적으로 엄마와 멀어지므로 엄마가 아들을 독립된 인간으로 봐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6기가 배출된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양육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진부한 성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진정으로 자신을 알 수 있는 캠프였다” “아이들과 마음을 열어놓고 지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의견이, 아이들에게서는 “남자들끼리 성에 대한 궁금증을 다 풀어놓을 수 있어서 편했다” “아빠와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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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이 아하센터 기획부장은 “학교에서는 가볍게 성 지식 중심으로 성교육을 접하고 있는데 중학교 1~2학년 남학생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급증하면서 야동(야한 동영상) 등을 통해 성에 입문하는 시기”라며 “이 시기를 잘 보내야 성에 대한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이후 연애와 같은 관계 맺기를 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성교육이 중요한 시기지만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2015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성적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교육부 표준안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정당화하고 이에 대한 여성의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서술해 마치 성폭력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었고 청소년들의 성적 행동을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금욕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부장은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는 10대를 성적 주체로 보지 않고 금욕주의적 성교육을 하려는 점”이라며 “청소년도 성적 충동과 욕구를 갖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성적 존재라고 해서 다 주체는 아니다”라며 “주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나의 충동과 욕구를 잘 알고 누군가와 소통할 때 일방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협상할 수 있는 힘을 지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그는 “소통을 잘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며 “평화로운 소통은 장애와 비장애, 다문화, 성적 소수자, 다양한 가족관계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하센터는 체험형 성교육을 지향한다. 박 부장은 “성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태도와 의식이 중요하다”며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콘돔을 사는 것은 지식이지만 의식과 태도가 있어야 피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은 자기 욕구만 중요한 게 아니라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서로 토론하고 상대방 의견도 들으면서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www.ahacenter.kr)에서는 청소년, 양육자 교육뿐 아니라 초등학생 대상의 어린이 교육,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성 관련 의사소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학생을 위한 ‘마성캠프’도 진행한다. 여학생을 위한 주말 성교육 캠프로는 'ㄷㄷㄷ 프로젝트'가 있다.
학교에선 못 배우는 사랑과 성의 비밀들
10대 위한 성교육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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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오른쪽) |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사계절)는 소설 형식에 사랑과 성의 심리학을 담은 책이다. 주인공 규린이는 누구도 사랑에 대해 알려주지 않자 스스로 인터넷을 이용해 사랑을 알아보려 한다. 지식 검색, 채팅, 댓글 토론 등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의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가, ‘야동’을 보는 이유와 중독 과정, 대처법은 무엇인지 다룬다. 현대 심리학의 대가인 직 루빈, 로버트 스턴버그, 존 알란 리, 에리히 프롬, 페터 라우스터 등이 연구한 이론을 통해 행복하고 성숙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초경파티>(또하나의문화)는 초경을 기다리는 소녀들을 위한 책으로 월경이 일어나는 우리 몸의 비밀, 몸속에 들어 있는 달력, 월경주기, 월경에 얽힌 역사와 신화, 여러 나라 풍습까지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 모두 담겨 있는 책이다. 그 외 센터는 <사춘기 소녀>, <사춘기 소년>(걷다), <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성의 역사>(비룡소), <아기는 어떻게 태어났을까?>(다섯수레), <청소년 빨간인문학>(내인생의책)을 추천했다.
전문적인 성교육을 받고 싶으면 센터에 찾아가면 된다. 전국에 청소년 성교육을 위한 센터가 53개 있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홈페이지(http://wesay.or.kr)에서 지역별 센터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글·사진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