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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무경비 통상임금 인정땐 공무원연금 지급액 큰폭 늘듯

매일경제 박용범,김규식,최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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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무경비 통상임금 인정땐 공무원연금 지급액 큰폭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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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판 통상임금 소송 ◆

공무원연금공단이 공익법무관 39명에 대해 퇴직금 환수 조치를 내리면서 이들이 특정업무경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승환 기자]

공무원연금공단이 공익법무관 39명에 대해 퇴직금 환수 조치를 내리면서 이들이 특정업무경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승환 기자]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오 모 변호사(31)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공익법무관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했다. 그가 3년 동안 매달 받은 돈은 200만원 안팎이다. 월급표를 구체적으로 보면 기본급 150만원, 정근수당 20만원, 특정업무경비 30만원이었는데 3년 복무하면서 이 금액은 크게 변하지 않고 지급됐다. 이렇게 3년 동안 복무한 오 변호사는 지난 3월 퇴직하면서 공익법무관 3년치 퇴직금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지난 6월 불거졌다. 갑자기 공무원연금공단이 이미 지급한 퇴직금 50만원을 돌려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문을 통해 "공익법무관 재직 중 기관에서 제출한 기준월소득액에 '공무원보수관계법령'에 해당하지 않는 특정업무경비가 포함돼 퇴직금을 과다 산정해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 5월 특정업무경비를 기존 과세 소득에서 비과세 소득으로 전환한 데 따른 조치였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과세 소득은 공무원연금과 퇴직금 산정 시 기준으로 활용되는 '기준월소득(공식명칭 기준소득월액)'과 사실상 일치한다. 다시 말해 과세 소득에서 특정업무경비를 빼면서 기준월소득이 줄어들었으니 이미 더 많이 지급한 퇴직금을 돌려 달라는 얘기였다. 오 변호사는 동료 공익법무관 출신 변호사와 함께 퇴직금 환수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난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번 소송이 단순히 공익법무관 퇴직금 소송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 봉급 체계는 특정업무경비와 같이 사실상 월급처럼 지급되면서 기준월소득에 포함하지 않는 수당이 많기 때문이다.


각 부처 공무원 유형별로 받는 특정업무경비는 다양하다. 경찰은 거의 모든 직원이 치안활동비 명목으로 1인당 17만원을 받는데, 이는 과거 동의대 사건 때 많은 경찰들이 순직한 이후 보수 현실화 차원에서 보전해주게 된 것이다.

소방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소방공무원은 방호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역시 1인당 17만원을 받는다. 또 감사원도 감사활동경비 명목으로 소정의 금액을 매월 지급받는다.

이 밖에 각 부처에서 특정업무경비로 지급하는 임금이 상당수 있는데,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지급된 예산은 6524억원이었다.


문제는 사실상 보수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 특정업무경비를 받아도 연금·퇴직금과 연계되는 '기준월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별도로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30만원보다 많이 지출한다는 근거가 있으면 소명 절차를 생략한다. 정부는 특정업무경비가 실비 변상 성격을 띠기 때문에 비과세 소득이라고 하고 있지만 일부 사례에서 월급처럼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공익법무관이 승소해 특정업무경비를 과세 소득으로 잡으면 공무원연금과 퇴직금 자체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익법무관 사례만 보면 퇴직금 10%가 올라갔는데, 특정업무경비를 받는 일부 공무원들은 같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공익법무관이 승소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 판례를 내놓으면서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봤다.


공무원은 통상임금을 적용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당시 판례를 적용받지 않지만, 이번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같은 취지로 판결하면 특정업무경비는 모두 '기준월소득'에 포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은 일반 근로자에게 연금과 소득세 등을 적용하는 기준으로 활용됐는데 같은 취지로 공무원 '기준월소득'을 산출해야 한다고 보면 공무원연금 체계 자체를 흔들어야 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환수 결정을 내린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퇴직수당 산정 기준이 되는 기준월소득에 특정업무경비를 포함한 상태로 연금공단 쪽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연금공단 측은 "공단 내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가 기준월소득에 포함된 점을 발견했다"며 "퇴직수당은 기획재정부 예산·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종전까지 특정업무경비를 제외한 기준월소득을 전달받았으나 2014~2015년 퇴직한 공익법무관 108명 기준월소득에는 특정업무경비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 <용어 설명>

▷ 특정업무경비, 비공식 특수활동비…영수증으로 공무 관련 입증

예산·수사·감사 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비공식 특수활동비다. 반드시 공적 업무에만 사용해야 하며 영수증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해 공무와 관련된 지출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받을 수 있다. 특정업무경비는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돼 연금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기준월소득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경찰·공익법무관 등 일부 특정 직렬은 과세소득으로 산정하는 등 공무원 직렬마다 특정업무경비를 어떻게 보는지 기준이 다르다. 이번에 문제된 것이 이 부분이다. 기준월소득은 공무원연금과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 통상임금,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근로에 대한 대가 명목으로 지급하는 월급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과 유급 휴가 시에 지급될 임금을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 조건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꼽았다. 대법원 판례 이후 기업들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소송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본급뿐만 아니라 직책수당·기술수당·위험수당·근속수당·물가수당 등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통상임금에 산입된다.

[박용범 기자 / 김규식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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