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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인권문제 'DP', 데이트 폭력 '룬 7층7층'
딸 차별 다룬 '단지'에 댓글 4000-5000개 달려
【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실화소설, 실화영화…실화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출현한 '일상툰'은 작가가 자신의 실제 일상을 다루면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웹툰 중에서도 자전적 이야기가 많다. 소소한 연애담부터 군대 내 인권문제, 연인과 가족 간 폭력문제 그리고 장애인 딸을 둔 가족의 삶까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늘고 있다.
출판사 예담에서 출간한 ‘마인드C'의 웹툰 ‘윌유메리미’는 열두 살 어린 부산 여자 메리에게 반해서 홀로 부산으로 내려간 ‘소녀 감성 서울남자’가 그린 달콤 살벌한 띠 동갑 연애기다. 1권은 첫 만남부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는 이야기가 주로 담겼다.
김보통 작가의 ‘DP 개의날 1·2'(한겨레출판)는 탈영병을 잡는 군인, 육군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 DP를 통해 우리나라 군대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웹툰이다. 실제로 DP로 복무했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군대 내 가혹행위와 인권 유린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청년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만자’로 데뷔한 김보통은 전작에서는 암 투병을 하던 아버지의 경험담을 녹여냈다.
출판사 보리에서 선보인 ‘또리네집’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만화가 ‘장차현실’이 조금은 특별한 식구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냈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딸과 늦둥이 아들 그리고 살림꾼 아빠, 만화로 밥벌이하는 ‘가장’ 엄마를 중심으로 장애를 보는 사회적 시선, 아이들 교육과 앞날에 대한 걱정, 일하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민들을 담아냈다.
해외만화도 예외가 아니다. 2015부천만화대상에서 해외작품상을 수상한 오사 게렌발의 ‘7층’도 스웨덴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인 오사 게렌발의 자전적 이야기다.
자존감이 낮은 여대생 ‘오사’가 사랑하던 연인에게 정신적, 물리적으로 당한 폭력을 고발한 만화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로 부상한 ‘데이트 폭력’을 다뤘다. 극중 오사는 연인과 함께 7층 아파트에 사는데, 남자친구의 말도 안 되는 트집과 모욕과 욕설과 폭력에 지쳐 순간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최근 ‘7층’에 이어 작가의 신작인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가 출판사 우리나비에서 출간됐다. 이 만화는 작가가 왜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원적 이유를 드러낸다.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이야기로 물리적 학대가 없는 겉보기에 정상적인 부모를 둔 ‘제니’는 왜 늘 불안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자신을 학대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제니의 부모는 감정 장애를 가진 미성숙한 어른으로 끊임없이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딸에게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성인이 된 제니는 부모의 건강 등을 걱정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 도무지 공감이 안된다. 그녀가 자신 부모의 이야기를 하면 다들 "거짓말"로 간주한다. 그 정도로 그녀의 부모는 친구의 부모들과 달랐다.
이 책의 제목에도 작가의 아픔이 녹아있다. 부모의 스킨십에 목말라있던 어린 시절 제니는 한밤 중에 부모의 침실로 숨어들어가 그들의 등 뒤에 얼굴을 파묻고 잔다. 하지만 두 부모는 딸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예 그런 사실조차 없었다고 주장한다.
만화플랫폼 '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단지’ 작가의 웹툰 ‘단지’는 우리나라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남존여비사상을 소재로 한 가족만화다. 요즘은 아들보다 딸이 더 환영받는 시대지만 30대인 작가의 사정은 달랐던 모양이다.
웹툰 ‘단지’는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공공연하게 차별받는 가족문화를 그렸다.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여주인공 ‘단지’는 어릴 때부터 오빠에게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며 자랐다. 중 3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크게 배를 얻어 차였는데, 그 자리에 엄마가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엄마가 "눈깔을 콱" 등 폭언을 한 내용도 그려졌다.
17일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5만8118명이 이 만화 페이지에 대해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은 4621개가 달려있다.
댓글을 보면 내용이 격렬하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저런 부모 없을 거 같죠? 의외로 많음. 저는 4살 아래 남동생한테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니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괴롬힘 당한다는 소리 외에 제가 자라면서 당했던 입에도 못 담을 여러 소리들. 주먹· 발길질은 아주 기본임”이라며 자신 역시 웹툰의 주인공처럼 피해자라고 밝혔다.
자신을 40대라고 밝힌 한 사용자는 “나 어릴 때도 엄마가 저렇게 심하게 말했는데 진심 40이 넘었는데도 기억난다”며 “정말 등짝 스매싱 당하는 게 낫지, 저런 정신적 고통은 정말 오래간다”고 했다.
다른 사용자도 “같이 사는 친할머니도 저러셨는데 아직도 그런다”며 “남동생 앞에선 한없이 착하신데, 둘만 있으면 다리몽둥이 뿐질러서 창밖에 던져버리고 싶은 년이라고 한다(집 17층임). 아주 애기였을 땐 손찌검도 하셨고, 이거 글로 쓰면 끝도 없을 듯”이라고 적었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주변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내 주변에도, 이렇게 살아온 친구들이 많았다”며 “6학년 땐가 친구집에 갔는데 걔네 오빠가 걔한테 심부름시켜서 싫다고 하니까 동생 친구 있는데도 문 발로 걷어차면서 신경질 부리더라. 걔네 부모님은 만류하지 않더라”고 적었다.
ja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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