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장 사고, 벽 고정 안해 발생…고객에 절차준수 강제못해
가구업계 "국내 소비자, 셀프조립·시공 아직 미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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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말름서랍장을 조립 후 설치할 때 벽에 고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자료제공 = 이케아 © News1 |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미국에서 이케아 서랍장이 넘어져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케아의 특성인 가구 셀프조립·시공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셀프조립·시공은 위험성이 있는 제품을 쓰고 있는 상황을 관리할 수 없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27일 이케아와 미국 소비자상품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이케아는 지난 22일부터 미국에서 말름서랍장 시리즈를 비롯해 이케아 서랍장 구매 고객에게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는 고정 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제품 구입 시 제공했던 고정 키트를 다시 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이케아 서랍장이 넘어져 어린아이 2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후속방안이다. 이 조치를 이끌어 낸 미국 소비자상품안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케아 서랍장에 대해 어린이용은 60cm, 어른용은 높이 75cm 이상 서랍장의 경우 벽에 고정하지 않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안전위원회가 소비자에게 벽 고정을 준수하라고 공표한 이유는 어린아이 때문이다. 성인 보다 위험인지능력이 낮은 어린아이는 집 안에서 서랍을 열고 발판 삼아 위로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서랍의 무게중심이 어린아이 쪽으로 쏠려 엎어질 수 있다.
말름서랍장은 한국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이케아는 국내에서 이케아 광명점을 통해 6종의 말름서랍장을 팔고 있는데 2칸 서랍장을 제외하고 5종의 높이는 75cm이상이다.
국내 가구업계에서는 서랍장 사망사고가 일어난 사실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상당한 무게의 서랍장이 넘어지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케아의 4칸 서랍장의 무게는 47kg으로 국내 비브랜드 평균 4~5단 서랍장 무게 20~30kg(업계 추정)를 20kg 가까이 상회할만큼 무겁다.
서랍장 사고의 원인은 제품 결함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안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케아 말름서랍장의 제품결합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말름서랍장에 대해 제품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뤄지는 리콜이 적용되지 않은 이유이다.
업계에서는 이케아의 셀프조립·시공이 지니는 위험성이 사고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케아는 홈페이지에 말름서랍장을 소개하면서 '반드시 제품구성에 포함된 안전창치로 벽에 고정시켜주세요'라고 명시했다. 위원회 지적대로 아이들이 올라가거나 매달리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복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지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이케아가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 원인에 대해 이케아는 고객이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작년 12월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이 개점 100일 만에 100만명 넘는 고객이 몰릴 정도로 흥행 속도가 빠른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는 완제품을 사고 제 3자에 시공을 맡기는 방식에 익숙하다. 셀프조립·시공이 아직 생소한 국내 소비자가 반드시 필요한 안전절차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것.
이케아와 국내 업계는 중대형 가구에 대한 인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케아는 비전문가인 일반 고객이 가구를 안전하게 조립·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업계에는 조립·시공을 전문가(업계)가 해야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일례로 국내 가구회사는 서랍장이 벽과 분리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한샘의 경우 4~5단 서랍장을 구매할 때 시공 기사가 직접 서랍장을 벽에 고정한다. 만일 소비자가 벽 고정을 원하지 않는 경우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현대리바트는 3단 이상 서랍장에 대해 벽을 고정하는 '전도방지철물' 설치를 권유하고 있다. 전도방지철물을 설치하지 않는 고객에게 '거부 확인서'를 받는 식으로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혼자 가구를 조립하고 시공까지 마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며 "가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따라 내구성이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케아의 수납선반도 시멘트 벽을 뚫어 단단히 고정시켜야하는데 소비자가 이 절차를 제대로 지킬지 의문"이라며 "이케아가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설명서대로 조립하고 시공하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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