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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비리 1조’ 줄기만 캐고 뿌리는 못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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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비리 1조’ 줄기만 캐고 뿌리는 못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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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중간 수사결과 발표… 전·현직 장성 등 63명 기소
9809억 중 8402억 해군 비리… ‘구조적 원인’은 규명 못해
방산물자 도입 과정에서 1조원 규모의 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탄조끼부터 잠수함까지 육·해·공 전군의 비리가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5일 방위사업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현직 군장성 10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사람만 63명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방위사업 전반에서 비리 혐의를 색출해냈지만 ‘몸통’에 해당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수사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수단이 적발한 것은 통영함·소해함 장비, 해군 정보함,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K-11 복합형 소총 등 육·해·공군 전반에 걸쳐 있다. 거물급 인사를 구속 기소하는 성과도 올렸다. 통영함 사건에 연루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해상 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에 연루된 박모 해군 소장과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호위함 납품 비리에 관련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해당한다.

특히 해군에서 무더기로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합수단이 파악한 전체 방위사업비리 9809억원 중 해군이 8402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비리를 저질렀다.

합수단은 유독 해군에서 비리가 많았던 것에 대해 “수만개의 장비가 들어가는 해군의 무기체계는 육·공군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또 방위사업청의 미흡한 감독 시스템과 예비역 군인과 유착하기 쉬운 폐쇄적인 군 문화, 기무사 등의 예방활동 기강 해이 등이 비리를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합수단의 수사가 납품비리에만 집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비리의 출발점인 무기 도입 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00억원대 규모인 공군 EWTS는 북한의 저고도용(SA-3) 미사일의 위협상황에 대한 훈련만 가능할 뿐, 중고도용(SA-2)과 고고도용(SA-5) 미사일의 위협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할 수 없다. 합수단은 EWTS 수사에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납품비리를 밝혀냈지만 도입 과정 자체는 손도 대지 못했다.


김종대 디앤포커스 대표는 “통영함 사업은 당초 예산이 1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깎인 것이 저가의 음파탐지기 장착을 불렀다”며 “군의 잘못된 무기 도입 결정과 예산 책정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군 비리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지 못한 성과위주 발표는 실적주의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겉으로 드러난 것부터 수사해야 하는 특성상 무기 도입 결정 단계의 입증에 한계도 있다”면서 “남은 기간에 무기 도입 결정 단계 비리를 밝혀보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