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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하늘나라로 가신 엄호열 회장이 그립다

IT NEWS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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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하늘나라로 가신 엄호열 회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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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래 살면 100년을 살고 아니면 보통 70년을 산다. 그렇게 살다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나는 요즘 시사일본어사 엄호열 회장을 만나 많은 감동을 받았고 행복을 느꼈다. 엄 회장을 만난 것은 여러 해 되었지만 지난해 10월 남다른 일이 있었다. 내가 근무하면서 시작한 중국 절강월수외대 한글문화큰잔치 8회 행사에 최기호 전 몽골울란바토르총장과 함께 갔었다. 그곳에 가서 세 사람이 “세종대왕 나신 곳을 찾아 겨레 문화 성지로 만들어 국민 교육장으로 꾸미고 외국인에게 자랑하자.”고 다짐하고 약속했다.

중국 소흥시 노신옛집 들머리에서 왼쪽부터 이대로, 엄호열, 최기호,심우익님.

중국 소흥시 노신옛집 들머리에서 왼쪽부터 이대로, 엄호열, 최기호,심우익님.



엄 회장은 전부터 한글 관련 행사 때나 외솔상 시상식 때 만난 일이 있지만 그 분의 깊은 속마음은 몰랐는데 이번 중국 한글문화큰잔치에 함께 가면서 한글과 세종대왕을 남달리 사랑하고 세종대왕의 업적과 정신으로 국민이 한 마음으로 뭉치면 나라와 겨레가 빛난다는 생각이 나와 같은 분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한 데도 나와 함께 중국에 가서 중국 민족혼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작가인 노신이 쓴 소설 ‘아큐정전’에 나오는 함흥주점에서 소흥주를 마시며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를 만들기로 함께 결의했었다.

그리고 귀국하여 최기호, 엄호열, 이대로는 몇 달 동안 준비하여 2015년 4월 2일에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발기인 대회를 열고 엄호열 회장도 모임 공동대표로 모셨다. 그런데 그 전 날인 4월 1일에 우리 모임 창립 운영비를 주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그 대회엔 나오지 못했었다. 그리고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618돌이 되는 날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위원장 김동길)” 발대식을 하고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축하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엄 회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에 그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 회장이 도와주었기에 발대식을 잘 치르고 활동을 힘차게 하고 있다.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출범식과 축하행사에 엄태상(오른쪽 두 번째)사장이 참석했다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출범식과 축하행사에 엄태상(오른쪽 두 번째)사장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5월 19일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엄호열 회장(69세)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일찍이 30여 년 전 시사일본어학원을 꾸리고, 또 그 뒤 시사중국어학원까지 하면서 외국어 교육에 힘쓰고 한글파크란 출판회사를 세우고 한글사랑과 출판에 힘쓰던 분이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세종대왕 나신 곳을 찾아 겨레문화 성지로 만들어 세종대왕 업적과 정신을 되살리고 빛내어 이 나라와 겨레를 함께 드높이자고 중국 땅에서 함께 결의하고 진행하던 분이다. 때 마침 내가 중국 천계산을 오르다가 이 슬픈 소식을 듣고 노자가 도를 닦았다는 노야정 도교사원에 올라 명복을 빌고 우리 뜻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엄 회장은 소나무가 우리 겨레 상징이고 기상이라고 믿고 소나무를 남달리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 땅 곳곳에 우뚝 서 있는 소나무를 찾아다니며 그 아름다움과 기품을 즐기고 겨레 사랑을 다짐했다. 그리고 요즘엔 우리나라 사람과 혼인하고 사는 다문화 가정교육에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 1억 원에 달하는 책을 기증하기도 하고 뜻 있는 일을 하는 모임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조직에 쓰라고 많은 돈을 모임에 내주었는데 그 아드님이 엄 회장님이 돌아가셨을 때 들어온 조의금을 또 이 모임에 기증했다.

참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더욱이 이 분이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최기호 상임대표와 나에게 “최 총장님, 잘 부탁합니다. 꿈 이루시길 빕니다. 이대로 선생님께도”라고 쓴 유언 글씨를 받았을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분이 동작동 국립현충원 봉안식에 참석하여 국가유공자였다는 것을 처음 알고 또 머리가 숙여졌다. 그리고 다시 우리 세 사람이 중국에서 결의한 꿈이며, 겨레와 나라를 빛낼 일이기도 한 세종대왕 업적과 정신을 이어서 더욱 빛내는 일을 꼭 해내겠으니 하늘나라에선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할 것을 빌고 다짐했다.


엄호열 회장님 유언(왼쪽)장과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위원회에 주신 기부금 봉투.

엄호열 회장님 유언(왼쪽)장과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위원회에 주신 기부금 봉투.



이제 아름다운 한국사람, 나라와 겨레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한 한국사람 엄호열 회장은 이 땅을 떠나셨다. 이 세상에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권력을 가진 힘 센 사람도 있고,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자기가 가진 돈, 힘, 앎을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 아름답지 못한다. 입으로는 나라와 겨레를 사랑한다고 떠들면서 제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엄호열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나라와 겨레를 위해 우리 꿈을 이루자고 부탁하고 걱정하셨다. 내가 모시고 함께 한글운동을 한 공병우 박사께서 광복 뒤 나라와 겨레를 생각하며 한글학회와 한국기독청년회에 많은 땅과 돈을 기증한 것처럼 아름다운 일을 한 엄 회장을 만난 것이 하늘의 뜻이고 운명이란 생각도 든다.

엄호열 회장 유골은 5월 21일 동작동 국립현충원 봉안식을 하고 그곳에 모셨다.

엄호열 회장 유골은 5월 21일 동작동 국립현충원 봉안식을 하고 그곳에 모셨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아름다운 사람, 엄호열 회장은 세종대왕 업적과 정신을 받들고 빛내는 일은 나라가 할 일이지만 안 하니 나라임자인 국민이 앞장서서 그 중요함을 알려주고 하도록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애쓰는 나를 격려하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엄 회장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가셨지만 살아있는 나 이대로는 “엄호열 회장님, 하늘나라에선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계십시오. 그곳에서 세종대왕님, 주시경 선생님과 외솔 최현배 선생님, 그리고 우리 겨레 얼말글을 살리고 빛내어 튼튼한 나라를 만들려고 애썼던 선열들을 만나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곳 어른들과 함께 우리에게 힘을 주고 지켜봐주시옵소서. 꼭 우리 꿈을 이루겠습니다.” 라고 글로 아뢰고 스스로 굳게 믿는다.

지난 6월 26일 엄호열 회장의 아들 엄태상 시사일본어사 사장(왼쪽)이 부친상 때 들어온 조의금을 우리 모임 최기호 상임대표에게 기증하면서 우리 모두 함께 돌아가신 분의 꿈과 뜻을 꼭 이루자고 굳게 손잡고 다짐하고 약속했다.

지난 6월 26일 엄호열 회장의 아들 엄태상 시사일본어사 사장(왼쪽)이 부친상 때 들어온 조의금을 우리 모임 최기호 상임대표에게 기증하면서 우리 모두 함께 돌아가신 분의 꿈과 뜻을 꼭 이루자고 굳게 손잡고 다짐하고 약속했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