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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무산] 法 주고 法 받기… 合意라는 가면 쓴 '野合국회'

조선일보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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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무산] 法 주고 法 받기… 合意라는 가면 쓴 '野合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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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전재수, 경찰 조사 종료
[연금 합의서 드러난 정치 거래]

외국인투자촉진법 통과 위해 野의 상설특검법 요구 수용
자원외교국정조사 특위와 공무원연금 특위 맞교환도… 총선 앞두고 더 기승 부릴듯
"정치적 이익보다 國益 우선… 합의 과정 투명 공개해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을 끼워 넣었다가 파탄을 초래한 여야(與野)의 연금 합의를 계기로 '합의(合意) 정치'로 포장된 '야합 정치'가 비판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지층을 의식한 주고받기식 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19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처럼 '합의를 표방한 야합'은 여러 차례 있었다. 새누리당은 2014년 1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반대하며 국회 법사위의 빗장을 걸어 잠근 야당을 설득하려고 야당 요구 사항이었던 상설특검법을 수용했다. 그러나 야당은 '거래'로 상설특검법을 얻고도 막상 '성완종 사건'이 터지자 수사 인력 부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별도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또 여당은 작년 말 예산안 정국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 '부동산 3법' 처리를 위해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 특위는 야당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 요구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다.

국회 통과 기다리는 법안들 -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로 지난 6일 국회를 파행시키는 바람에 다른 법안들까지 모두 국회에 묶여 버렸다. 처리를 기다리는 각종 법안이 7일 국회 본관의 보관 장소에 쌓여 있다. /전기병 기자

국회 통과 기다리는 법안들 -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로 지난 6일 국회를 파행시키는 바람에 다른 법안들까지 모두 국회에 묶여 버렸다. 처리를 기다리는 각종 법안이 7일 국회 본관의 보관 장소에 쌓여 있다. /전기병 기자


한국외대 서경교 교수는 "한 사안을 논의하다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합의이지 지금처럼 하나 들어줄 테니 다른 하나를 해달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서도 합의가 아닌 야합"이라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는 작년 12월에는 '공무원연금특위'와 '자원외교국정조사특위'를 맞바꿨다. 야당은 공무원연금특위를 합의해주고 자원외교 국정조사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이때 여야는 국민연금특위와는 별도로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 단체도 참여하는 국민 대타협 기구를 두기로 했다. 이 대타협 기구는 이후 실무 기구로 이어졌고 여기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합의가 이뤄졌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에 '합의를 위한 합의'를 했고, 이 합의가 또 다른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 외에도 국회에선 상임위별로 여야의 법안 맞교환이 빈발하고 있다. 상대방의 법안 처리 때 자신들 법안을 끼워 넣어 처리하거나 맞불용 법안으로 훼방을 놓는 방식이다. 지난 2월 새누리당이 지방재정법·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법 처리를 주장하자 새정치연합은 최저임금법 등으로 맞불을 놨고, 결국 야당이 요구한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을 여당이 수용하면서 경제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하는 거래가 이뤄졌다.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에서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무너지고 정치적 거래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야당 일부에서도 "우리도 언제까지 야당만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야당 다수 의원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과거 같은 몸싸움이 사라진 것은 성과"라며 "'거래'와 같은 문제점은 새 제도가 정착되면서 바로잡힐 수 있다"고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정치인들의 합의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철저히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고,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정치인들이 눈앞의 유·불리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깨는 것"이라고 했다.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은 "여야의 야합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가상준 교수는 "밀실 거래 속에서 부당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여야는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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