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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案 처리 불발] 공무원 표 얻으려 국민 등진 野… 합의 급급하다 갈팡질팡 與

조선일보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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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案 처리 불발] 공무원 표 얻으려 국민 등진 野… 합의 급급하다 갈팡질팡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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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전재수, 경찰 조사 종료
[與,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 놓고 내분 양상]

-與 종일 혼돈상태
金대표 "靑도 과정 다 알면서 이럴 수 있나" 섭섭함 토로
유승민은 "국민께 송구" 사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6일 밤 9시 공무원연금법안의 국회 처리가 최종 무산되자 총총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얼굴에는 허탈함이 묻어났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를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무리하게 합의해줬었다"며 "그런데 저 쪽(야당)에서 다른 것을 또 들고 나와 이렇게 됐다. 이게 선례가 되면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되나"라고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과 성명도 냈다.

하지만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며 "이번 합의는 원내대표 협상 능력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당의 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소속 의원은 솔직히 찜찜하고 개운치 않았는데, 차라리 이렇게 돼서 마음이 좀 편하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국민연금 같은 중대한 문제를 시간에 쫓겨 처리해야 하는지 걱정했었다"며 "차라리 잘된 것 아니냐"고 했다.

유승민(서 있는 사람 중 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새누리당 의원들만 모인 가운데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유승민(서 있는 사람 중 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새누리당 의원들만 모인 가운데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의원총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전기병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의원총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전기병 기자


새누리당은 이날 공무원연금법 처리와 관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을 국회 규칙에 명기하라'는 야당 요구를 받을지를 놓고 종일 갈팡질팡했다. 당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되는 양상마저 보였다. 이날 오전 의총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도 (여야 합의 과정과 내용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친박계 의원들은 "지도부 전략 부재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 놓고 무슨 소리냐"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연쇄 회담을 통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수치를 '부칙 또는 첨부 자료' 형태로 넣자는 '수습책'을 가져 왔지만 오후 6시쯤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타협안은 거부됐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과 비박계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이어진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타협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수치를 명기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충돌했고, 거수(擧手) 표결로 결정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수가 표결을 원하지만 소수의 강한 반대가 있을 때 그냥 밀어붙이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부분은 우리가 받지 않아야 더 명분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밤 9시를 넘겨 공무원연금법 처리 무산을 선언했다. 공무원 단체와 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대책 없이 수용한 여당 지도부의 무책임과 무원칙이 만든 예정된 결론이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애초 공무원연금을 통과시키고 난 뒤 국민연금은 나중에 적당히 뭉개버리겠다는 작전 자체가 잘못됐던 것"이라며 "원칙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고 했다.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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