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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공무원연금 개혁 金·文 `통큰 결단`할 때

매일경제 신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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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공무원연금 개혁 金·文 `통큰 결단`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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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공무원연금 개혁 ◆

현대 정치학의 거두인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했다. 막스 베버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을 갖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설파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두 사람이 정의한 정치의 한국판 '실사(實寫)'다.

현행 공무원연금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이견이 없다. 연금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은 내년 10조원에서 2030년 20조원으로 급속히 불어난다.

국회가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지 27일로 꼭 120일이 됐다. 구조 개혁 논의가 시작된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8년이 흘렀다.

이제 정치 권력이 나서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해야 할 임계점에 다다랐다. 베버의 표현을 빌리면 더 이상 망설임 없이 널빤지를 뚫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진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그 자체로 새로운 실험이다. 정부가 아니라 입법 주체인 국회가 개혁 논의를 주도했고, 국회는 공무원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타협기구에 실질적 논의를 위임했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참여자들은 판을 깨지 않았고, 장외로 뛰쳐나가지도 않았다. 휴일에도 자정까지 남아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위해 지난한 시간을 견뎌왔다.

하지만 애초부터 단일안 도출은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두 단계가 더 남아 있다.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수석부대표, 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4+4' 회담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마주 앉는 '2+2' 회담이다. 이미 개혁안의 핵심인 지급률과 기여율은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

그러나 공무원단체가 고수하고 있는 공적연금 강화는 당장 정부가 받기 어려운 카드다. 그렇다면 차기 대권 주자이기도 한 여야 대표가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하는 게 방법이다. 공적연금의 장기적 구조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 상설특위를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정부가 공무원의 사기 진작책도 내놓도록 국회가 채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성완종 리스트와 재보궐 선거로 여야의 정치적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지금이 국민에게 합의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는 모멘텀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극적인 합의에 이른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합의 모델 하나를 얻게 된다. 파행된 노사정 대타협에도 스필오버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독일 하르츠 개혁도 지독한 갈등에서 시작해 결국 꽃을 피웠다.

이제 약속된 125일간 대장정이 5월 2일로 시한을 맞는다. 김무성·문재인 두 정치 지도자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정치부 =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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