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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아베, 아시아 정상들 모인 자리 ‘침략·사죄’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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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아베, 아시아 정상들 모인 자리 ‘침략·사죄’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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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회의 연설 “과거 전쟁 반성”만… 한국 “깊은 유감”
미 의회 연설·전후 70주년 담화에도 빠질 가능성 커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반둥회의) 연설에서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히면서도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평소 역사인식을 드러낸 이날 연설 내용은 오는 29일 미국 의회 연설과 8월15일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도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일본이 일으킨 과거 전쟁(2차 세계대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주변 국가들에 대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통을 받은 아시아 국가 국민에 대한 사죄도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1955년 반둥회의에서 확인된 10원칙 가운데 ‘침략과 무력행사에 의해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2개의 원칙을 언급한 뒤 “일본은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때라도 (이 원칙을) 지켜나가는 국가라는 것을 맹세했다”고만 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반둥회의 50주년 연설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인용해 언급한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의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연설 내용에 비춰볼 때 미국 의회 연설과 아베 담화에도 이런 표현을 담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아베 총리가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하고 나섬에 따라 최근 부분적으로 해빙 조짐을 보여온 한·일 및 중·일 관계는 다시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 등 주변국들이 반발했다.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황우여 부총리는 아베 총리가 사죄 표현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사죄의 표현이 없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연설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간 협력을 심화시켜야 하며, 남남협력(개도국 간 협력)을 넓히고 남북협력(개도국과 선진국 간 협력)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개선 방안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역사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연관된 중대한 원칙적 문제”라며 “일본이 역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적극적 신호를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국영 CCTV가 보도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5개월 만이다.

<도쿄 | 윤희일·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yh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