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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北소행 발언에 진보진영 공격받는 문재인 대표

조선일보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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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北소행 발언에 진보진영 공격받는 문재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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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문재인 대표가 과거 민주당의 입장을 번복해 ‘천안함 침몰은 폭침’이라고 단정하게 된 근거 밝히라" 성명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5일 경기 김포의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爆沈)이 북한 소행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사건 발생 5년 만이다. 그러나 진보 진영에서는 즉각 ‘정략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 공격받는 문 대표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표가 과거 민주당의 입장을 번복해 ‘천안함 침몰은 폭침’이라고 단정하게 된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의혹만 키운 정부의 최종 발표’에 대한 검증요구를 접고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단정하게 된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만약 문 대표가 시민들과 국제사회가 제기해온 합리적 의혹들에 대해 정부로부터 새로운 과학적 근거나 증거를 제공받았다면 이를 공개해 국민들도 진실을 알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그러한 근거가 없다면 문 대표의 발언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저버리고 안보 논리에 편승한 정략적 처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하기 하루 전인 24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천안함이 침몰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제기해왔던 숱한 의문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며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일종의 가설이 신앙처럼 강요되는 가운데,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이들은 마치 배교자처럼 취급되거나 종북 인사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일방적인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안보 강조하는 문 대표


국제합동조사단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천안함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이라고 규정할 경우 진보 진영의 반발은 예상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왜 지지세력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도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는 취임 이후 ‘유능한 경제·안보 정당’을 강조하며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문 대표의 전략과 맞물려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5일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상륙장갑차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5일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상륙장갑차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최근 안보를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북한이 대북 전단에 대해 “‘화력으로 타격하겠다’고 한 것은 도(度)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25일 인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뜨리는 어떤 군사적 위협과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한다”며 “북한이 하루빨리 정상적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 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 무능 산물인데 새누리당은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고 종북몰이로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궁리만 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안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낸 ‘1219 끝이 시작이다’란 회고록에서 “안보 이슈의 대응을 피하거나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의 전통적 대응 방식이 민주 진영은 ‘종북이며 안보에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강화시켰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종북 프레임에 무력했던 것이 저와 민주당의 결정적 패인이었다”고 자평(自評)했다. 또 “새누리당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도 종북 프레임을 앞세워서 치르려고 할 것”이라며 “정권을 맡아서 국가경영을 책임지겠다는 정당이라면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 줄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층 3%를 잡아라

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8%의 지지를 얻었지만 패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지지율을 기록했음에도 패배한 것이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50%를 얻지 못한 저와 민주당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대선 결과를 놓고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며 “‘종북’ 프레임, 강고한 지역적 정치구도, 극심한 세대 투표, 일방적인 언론 환경 등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를 통해 국회에 진출했던 통합진보당이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데다 최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으로 다시금 종북 논란이 일자, 문 대표는 ‘종북몰이’를 일찌감치 차단코자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8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입원 중인 병실을 찾아 리퍼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8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입원 중인 병실을 찾아 리퍼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그는 “4·29 재·보선에서는 야권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리퍼트 대사가 피습됐을 때는 바로 미 대사관을 방문한 데 이어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실까지 찾아갔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48%의 국민 지지를 얻은 문 대표가 나머지 3%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와 안보 이슈도 선점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정산 사태 등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정당’ 이미지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제는 안보면에서도 새누리당의 무능을 지적하고 유능한 대안(代案) 정당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 발언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수권(受權)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일부 지지층의 반발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은 “천안함에 대해서는 우리 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분명히 입장을 밝히기로 당이 입장을 정했다”면서 “집권을 지향하는 제1야당으로서 통일·외교·안보면에서도 국민들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문 대표 발언의 취지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사실이란 것을 전제로 집권 여당의 안보 무능을 비판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안보와 관련한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제일 취약한 것이 경제와 안보인데, 분단된 국가에서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어려워진다”며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번 주를 안보 주간으로 정하고, 4월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 독수리훈련도 참관하자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안했다”며 “이번 4·29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또 다시 ‘종북몰이’로 나오고 있는 만큼 안보와 관련해 우리 당이 국민에게 확실한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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