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천안함 46용사에게 보낸 700통의 편지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
원문보기

천안함 46용사에게 보낸 700통의 편지

서울맑음 / 1.0 °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셨습니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나라 지킴이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해 끝까지 책임지셨으니, 이젠 저희가 책임을 지고 이끌어가겠습니다.” (해군 후배 서○○)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작전 임무수행 중에 북한군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순직한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을 향한 편지가 5년 간 수없이 쌓였다. 현충원이 마련한 ‘사이버참배원’에는 700여통, 해군의 ‘천안함 추모 게시판’에는 65만여통 정도다. 해군 게시판에는 5주기를 앞둔 최근엔 하루 1만7000건 정도의 추모글이 올라온다.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이는 고(故) 방일민(당시 24세) 중사로 123통을 받았다.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방 중사에게 ‘일민이에게’라는 필명의 익명 추모객은 거의 매달 편지를 썼다. 한 편지에 몇 차례나 ‘일민아’라며 방 중사를 불렀다. 작년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되살아온 아픈 기억도 편지를 남겼다. “가슴 아픈 일이 얼마 전 일어났구나. 가슴이 아파서, 아물지 않은 상처가 도지는 듯해서 TV도 안 보고 산다. 일민아, 시간은 우습게도 부지런히 흘러가는구나.” 고 임재엽(26) 중사의 큰누나는 절절한 마음을 담았다. “재엽아. 보고 싶다. 네 이름을 입 밖으로 부르면 목이 메어 크게 한 번 부르지도 못하고 있어. 보고 싶은 내 동생아. 기다려줘.” 시민 이모씨는 “저는 임재엽 중사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괜한 사람들이 왜 죽어야 하죠? 뭘 잘못했다고…”라며 안타까워했다. 편지를 쓴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한 초등학생은 “우리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다가 희생된 멋진 해군 아저씨들 고맙습니다. 저도 해군 아저씨들처럼 용감한 군인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군에 아들을 보냈다는 주부는 “당신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다”고 했다. 고 이상민(21) 하사의 대학 동기는 “이 하사를 포함한 천안함 용사들의 전사는 세월이 지나도 나라가 기억하고 국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남겼다. 해군 후배들은 용사들의 뒤를 이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늠름한 모습을 보이며 같이 복무하던 때를 그리워했다. 고 김경수(34) 중사의 안장을 맡았던 해군 후배 김모씨는 이렇게 남겼다. “당신이 지키려 했던 조국을 이제는 저희 후배들이 당신의 뜻을 이어나가 지켜나갈 것이니, 호국영령이시여 걱정하지 마시고 조국의 바다에서 편히 잠드소서” 고 박석원(28) 상사의 해군 후배는 “필승!”이라며 박 상사에게 인사했다. “전역하는 날 들었던 말이 마지막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주 한 잔 부으러 가겠습니다. 늦게 왔다고 타박 마시고, 먼 길에서라도 한 잔 받아주십시오.”

[이옥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