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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 손웅정축구아카데미의 총감독인 그가 공지천에서 유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제공 | 손웅정축구아카데미 |
[스포츠서울] “내 꿈은 진행형이다. 챌린저스리그(4부) 팀 창단, 독일 5부리그 팀 인수가 목표다.”
백척간두갱진일보(百尺竿頭更進一步). 백 척의 장대 끝에 서 있더라도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자세, 즉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채찍질을 의미한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51)씨의 마음가짐이다. 55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의 키플레이어인 손흥민은 어느덧 축구 꿈나무 최고의 롤모델로 성장했다. 학원 축구를 거치지 않고,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운 그만의 독특한 이력은 늘 화제의 중심이다. 그럼에도 손씨는 최근 손흥민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절반으로 생각한다’는 말처럼 아직 아들이 갈 길은 멀다고 여기고 있다. 자칫 목표에 도달했다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있다. 6일 스포츠서울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도 “나와 흥민이는 30리밖에 오지 않았다. 늘 전쟁터”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손웅정축구아카데미’의 총감독을 맡은 손씨는 선수 시절 현대 일화 등에서 뛰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었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학교 축구부에 잠시 몸담은 적이 있지만,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굴레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춘천 공지천에서 아들을 포함해 유망주를 기르는 데 주력했다. 철저하게 기본기를 중심으로, 나잇대에 맞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도한 지 10여 년.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카펜베르크에 있는 김선빈 이승원 강현 등도 손씨의 작품. ‘제2의 손흥민’은 어쩌면 또 그의 손과 발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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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전반 막판 이동국의 동점골을 돕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손씨는 최근 공지천 주변에 있는 한 아파트 한 채를 전세로 얻었다. 객지에서 온 유소년 선수들이 숙소로 사용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식사와 빨래, 청소를 해결해줄 가사도우미도 자비로 고용할 예정이다. 그는 “내가 (아이들에게)미쳐서 그렇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을 지도해서 금전적인 이득을 얻은 것도 없다. 그저 이 친구들이 기본기를 잘 배워 한국 축구에 힘이 되면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지만, 피로를 느낄 시간도 없단다. “독일에 있을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실전에 활용 가능한 교육을 할지 고민한다. 흥민이도 (아카데미 원생들을)자기 후배들이라고 아낌없이 도우려고 한다.”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준급 선수를 길러 유럽 등 선진 축구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주된 목표이나 더 중요한 게 있다. “현재 30명가량 있는데, 올해 공개테스트를 열어 2, 3학년 정도 선수들로 한 팀을 꾸리고 싶다. 4년 이상 담금질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클럽을 만들고 싶다. 또 챌린저스리그 팀을 만들어서 프로로 가기 어려운 선수가 생업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하는 게 꿈이다.”
축구선수는 오로지 공을 잘 차야만 미래가 보이는 국내 현실에 또 다른 빛이 되고 싶단다. 유럽 하부리그처럼 프로로 성공하지 못해도 즐겁게 축구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독일 5부리그 팀을 인수해 아카데미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그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흥민이를 포함해 내 제자들은 운동장에선 축구선수라는 특수성을 띠지만, 그 외엔 평범한 사람이다.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어디까지나 농부의 마음이다. 365일 파종한다.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열매를 거두기 어렵다.” 명예만 추구하는 건 사치라고 강조하는 손씨, 공지천에 뿌린 작은 씨앗이 시나브로 큰 열매를 맺고 있다.
춘천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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