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성호 : 기업인에게는 50% 감형을 해주겠다. 대기업 총수는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형량을 50% 감량해주겠다.
김병선 : 왈왈 (개 분장)
박성호 : 누가 허락도 안 받고 이 개를 풀어준거야?
김병선 : 왈왈 (개 분장)
박성호 : 누가 허락도 안 받고 이 개를 풀어준거야?
김병선 : 넌 누구 허락 맡고 기업인 풀어주려고?
- KBS2 ‘개그콘서트’의 ‘도찐개찐’ 중 -
#2. “올해 내린 세금은 두 개인데, 올린 세금은 수도 없이 많다. 정부가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없이 기업의 이익만 생각한다. 가재는 게 편”
-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뉴스’ 중 -
1980년대 중반 재벌 기업의 회의 장면을 배경으로 정치와 재벌을 풍자한 ‘회장님 우리 회장님’, 고대 로마시대 원로원을 배경으로정경유착을 꼬집은 ‘네로 25시’는 국내 최초의 풍자 코미디였다. 속 터지고 답답한 세상에서 ‘대중의 입’을 대신한 건 정치인도 경제인도 아닌 현실감각이 뛰어난 코미디언이었다. 많은 코미디언들은 이 같은 이유로 ‘정치시사 풍자’는 ‘코미디의 뿌리’라고 말한다. 1980년대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KBS2 ‘유머1번지’의 인기 코너로부터 이어진 풍자 코미디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와 ‘웃찾사’ 등을 통해 충실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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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그콘서트’에선 ‘사마귀 유치원’을 통해 정치인들의 공천 관행을 꼬집다 고소 고발을 당했고, ‘용감한 녀석들’에선 대통령 당선자에게 “(공약을) 지키길 바래”라고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2013년의 화두는 ‘갑을 논란’을 중심으로 가지를 쳤다. ‘세 회피’로 떠들썩해진 페이퍼컴퍼니 사태, 남양유업 사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태를 ‘오성과 한음’이 꼬집었다. 케이블 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와 ‘위크엔드 업데이트’ 코너를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된 한·미 FTA 등을 패러디하고, 풍자의 날을 세웠으나 모기업인 이재현 CJ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풍자코미디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코미디가 늘자 외압도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이후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치풍자 대신 미녀 개그우먼들의 섹시 코드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하고 비꼬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현 정부 들어 2년 가까이 ‘풍자 코미디’는 주춤하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도찐개찐’과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뉴스’는 ‘대중의 입’을 대신한 저격수 역할을 한다.
‘도긴개긴’의 사투리 ‘도찐개찐’을 제목으로 삼은 이 코너에서는 정치권의 경제인 사면논란을 정조준하는가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에 이르기까지 건드리지 않는 이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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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가 출연하는 ‘닭치고’ 역시 첫 회 방송부터 화제였다. 김준호 스스로는 “풍자의 의도는 없다”고 했으나, 1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이 개그를 보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정부 시스템을 떠올렸고, 양호교사의 얼렁뚱땅 학생 돌보기 과정에선 대한민국의 졸속행정을 읽었다. ‘고퀄리티 풍자개그’라 할 만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뉴스’는 더 빨랐다. 한 주간의 뉴스를 브리핑하며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 풍자가 매주 등장한다. ‘세금 폭탄’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삶을 꺼내며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는 정부, 가재는 게 편”이라고 돌직구를 던지고, ‘땅콩회항’ 논란에는 “사무장 잘못은 아버지가 재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검찰의 ‘사이버 감시’에 “시민들은 사이버 망명한다”고 일갈했다.
급기야 사단도 생겼다. 지난해 10월 방송된 68회분에선 반복되는 인사 실패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회피식 해외 순방을 언급, “서민들 부담은 올리고 부자들 부담은 줄이고, 전체적으로 증세는 없다”며 거침없는 대사로 코너를 꾸렸다. 복지혜택, 소득분배,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강조하며 “이쯤 되면 OECD에서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다. 소득양극화 문제를 다룬 지난해 7월 18일 방송에선 “이런 심각한 양극화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과연”이라는 대사도 쳤다. 결국 청와대 인사 문제를 언급한 68회 방송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분량이 삭제돼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사망토론’에서도 ‘땅콩회항’을 겨냥, “20년 후로 가는 알약을 먹으면 100억을 준다고 했을 때 당신은 이 약을 먹겠느냐”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며, “100억 있으면 비행기도 후진할 수 있어. 땅콩 내가 안 까먹어도 돼”라고 돌직구성 발언을 대사로 띄웠다.
직설화법의 풍자가 주를 이루는 이들 코미디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강조하는 것은 공교롭게도 ‘일상성’이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의 제작진 모두 “일상에 다가선 코미디로 공감을 불러오는 개그를 하겠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의도에 비추자면 현재 코미디 프로그램 속 정치, 시사 풍자가 늘어가는 것은 그 만큼 대중의 요구와 맞닿아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답답한 현실을 비틀어 풍자하거나 속 시원한 직구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지난해 ‘웃찾사’의 기자간담회 당시 “웃음은 사회의 압력을 해소하는 기능이 있다. 코미디가 늘 강자와 권력을 상대로 해야지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냐”며 “그런 시도도 충분히 이해될 만큼 대한민국이 건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청자는 그것에 응답하고 있다.
다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LTE뉴스’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다루며 “문건을 누가 유출했는지 누가 누구를 미행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작 국민들이 궁금한 건(강성범), “문건 유출의 배후는 누구인가, 유출의 내용은 사실인가 ”(김일희) “하지만 더 궁금한 건 우리 이래도 괜찮은가?”라고 말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강성범은 “대한민국 이 정도 이야기는 해도 괜찮은 나라 아닙니까”라고 말하고는, “이렇게 큰 박수로 호응해주시니 갑자기 불안해지네요”라면서 다음 소식으로 넘어갔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통쾌한 직공의 풍자가 다시 살아났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그 생명력에 물음표도 생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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