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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비즈니스 리포트/제조혁신①] 제조업, 혁신 동력이 되다

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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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비즈니스 리포트/제조혁신①] 제조업, 혁신 동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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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전문성이 혁신의 관건이 되면서 첨단 제조업 허브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안경과 워커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프린스조지카운티의 롤스로이스 크로스포인트 공장은 다른 공장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공장 내부를 살펴보면 색다른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지원부서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공간을 지나면 1만 3000㎡ 넓이의 작업장이 나온다. 얼룩 하나 없이 깔끔한 콘크리트 바닥, 밝은 조명, 놀라울 만큼 조용히 작동하는 장비, 직원 몇 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크로스포인트 공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일찍이 간파했듯 첨단 제조업에 관한 연설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이곳은 매우 ‘글로벌’한 시설이기도 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롤스로이스의 소유로, 여기서 사용되는 티타늄 단조는 스코틀랜드, 독일, 미국 등지에서 제조한다. 티타늄 단조를 팬 디스크 형태로 가공한 후 밀링, 광택 작업, 성능시험을 마치면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지로 운송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팬 디스크는 보통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 1만 개 중 하나로 사용한다.

자동화 수준이 높다는 점도 크로스포인트 공장의 특징이다. 팬 디스크의 1차 밀링(milling·절삭가공)은 DMG 모리세이키가 만든 150만 달러짜리 장비가 맡고, 공정은 지멘스 소프트웨어가 맡아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필자가 공장을 방문한 초여름 어느 날에는 담당 직원 3명이 기계 8대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기계 전면의 컴퓨터 화면에는 작업 지시사항이 그림과 글자로 표시돼 있었고, 부품이 규격에 맞지 않거나 장비에 수리가 필요한 경우 화면이 깜빡이며 경보가 울렸다.

경보가 울리면 탐침이 장착된 자동측정 장비가 해당 부품을 1000개 이상의 각도에서 8시간 동안 검사하도록 돼있다. 롤스로이스는 앞으로 25년간 부품의 제조 과정을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했다. 엔진 내부의 센서를 통해 엔진과 각 부품의 연결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 및 비행 관련 데이터도 꼼꼼하게 기록할 계획이다.크로스포인트 공장이 현대 제조업을 상징하는 것은 단순히 바닥이 깔끔하거나 직원 수가 적어서, 혹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서가 아니라 주위의 생태계 때문이다. 공장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에어버스, 미 항공우주국(NASA), 버지니아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커먼웰스 첨단제조업센터(Commonwealth Center for Advanced Manufacturing)에 도착한다.


로린 소델 크로스포인트 공장 제조담당 상무는 이 센터에 대해 “공장의 어려움을 자세히 알고 있는 롤스로이스 직원들이 부품공급업체 및 연구자들과 협력해 공정과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연결고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새로운 제조공정에 관한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로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로스포인트 공장에서 사용되는 첨단 장비와 혁신적 공정 대부분은 롤스로이스 영국 셰필드 공장 옆 첨단제조업연구센터(Advanced Manufacturing Research Center)의 개발과 시험을 거쳤다. 소델 상무는 커먼웰스 첨단제조업센터에 참여하는 공급업체와 함께 장비에 관한 문제나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신속히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조업이 왜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몇 가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첫째, 제조업의 의의는 더 이상 대규모 고용 창출이 아니다. 이제는 사람보다 소프트웨어가 제어하는 제조공정이 많고, 자동화 장비와 로봇이 생산을 담당한다. 자연히 공장에 필요한 직원 수는 크게 줄었다. 둘째, 혁신은 실리콘밸리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많이 확산 됐지만, 그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중국에서 생산을 하면 관련 네트워크도 중국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고, 결국 혁신의 전부 또는 대부분은 현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경제에 기여하려면 혁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새로운 제품으로 태어나는 곳이 바로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첨단 제조기술 덕분에 장소의 제약은 거의 사라졌고 로봇, 소프트웨어, 센서는 사용언어와 상관없이 조작·작동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첨단 제조업이 크게 성장하려면 부품공급업체, 그리고 경험 많은 인재의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전문적 제조업 네트워크가 형성된 이유다. 이번 비즈니스 리포트에서는 전자제품 생산기지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중국, 정밀기계 및 로봇 분야를 선도하는 독일, 항공우주 및 자동차 산업 강국이자 새로운 제조기술 발전을 이끄는 미국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크 뮤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오늘날 제조업의 혁신 기반은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사이의 탄탄한 관계와 지식의 폭넓은 공유라고 본다.중국의 성과는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IBM과 이스트맨코닥 등 다국적 기업에서 오랫동안 고위급 임원을 지낸 후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제조업과 제품개발, 혁신의 연계를 연구 중인 윌리 시 교수는 오늘날 전자제품 제조업의 경쟁력과 신제품 출시 속도에서 중국을 따라 갈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제조업과 혁신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제조업은 미국의 산업 연구개발 지출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제조업 노하우가 과연 혁신에 필요한지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애플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 및 제조지시를 통해 중국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아이폰 뒷면에도 적혀 있는 이런 시스템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제품의 대성공에 더해 가벼운 자산 구조와 작은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잔 버거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는 “모두 애플처럼 할 수는 없었을까”라고 질문한다. 버거 교수는 3년간 글로벌기업 수백 개의 제조부문을 연구하는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후 ‘미국에서 생산하기(Making in America)’란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사실 우리가 연구에 뛰어든 것은 애플 때문”이라고 말한다. 애플은 버거 교수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거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애플의 사례도 하나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플도 제조업과 혁신의 연결고리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데 사용되는 자동화 생산장비는 애플의 소유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상당수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최소한 업무의 50%는 중국에서 보낸다. 버거 교수가 만난 엔지니어 한 명은 중국의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미국에서 개발한 시제품이 대규모 생산에 적용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봐야 하고 어떤 부분을 철저히 다루지 않고 남겨뒀는지, 디자인 측면에서 더 밀어붙일 수 있었던 부분은 어디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버거 교수는 3년간의 연구 끝에 미국이 앞으로도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제조업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태양광, 풍력발전, 배터리 등 떠오르는 첨단 부문에서는 이미 기술적 전문성, 제조업 역량, 공장 레이아웃 측면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해외에 제조업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윌리 시 교수는 “제조업을 잃을 경우 근로자들의 역량이 상실돼 제조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 너넷 번즈

[제조혁신①] 제조업, 혁신 동력이 되다

[제조혁신②] 아우디, 공장에서 ‘혁신 질주’ 시작한다

[제조혁신③] 인간-로봇 협업이 제조업 격변 일으킨다

[제조혁신④] 숙련 근로자를 찾아서

[제조혁신⑤] 중국의 공장이 달라진다

[제조혁신⑥] 저렴한 천연가스, 제조업 성장 촉진한다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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