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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 모텔이 한류 호텔로 … 거리가 달라졌다

중앙일보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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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 모텔이 한류 호텔로 … 거리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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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상 받은 김민석·박현진
단순 이미지로 주변 간판과 차별화
갤러리 '보안여관'서 수상작 전시
건축가 김민석·박현진(노션 아키텍쳐)의 설계로 변화한 모습(사진 위)과 리모델링 전 모텔의 외관. 모텔의 현란한 디자인을 지우고 단순미로 승부한 외관이 새 호텔의 강점이 됐다. [건축사진가 남궁선]

건축가 김민석·박현진(노션 아키텍쳐)의 설계로 변화한 모습(사진 위)과 리모델링 전 모텔의 외관. 모텔의 현란한 디자인을 지우고 단순미로 승부한 외관이 새 호텔의 강점이 됐다. [건축사진가 남궁선]

1년 전만 해도 흔한 모텔이었다. 수원시 인계동 유흥가 골목 안. 이곳에 자리했던 한 모텔은 초록색 컬러 프린트 유리가 전면을 감싸고 있었고 1층엔 발마사지 가게가 있었다. 이용객은 주로 취객이었다.

그런 풍경이 달라졌다. 저녁이면 홍콩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들이 버스에서 줄줄이 내려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유흥가 모텔이 내년까지 예약이 찰 정도로 한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호텔이 됐다. 이 변화 뒤에는 건축주(호텔 본 대표 김석희)와 건축가의 별난 의기투합이 있었다.

“비록 작은 건물이지만 이 리모델링 작업이 동네 골목의 분위기를 바꾸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영하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했고요.” 건축주 김씨와 모텔 리모델링 설계를 맡은 건축가 김민석·박현진(노션 아키텍쳐 공동대표)의 말이다.

각각 영국과 독일에서 학업을 마치고 그곳에서 일하다 들어온 두 건축가의 첫 귀국 프로젝트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서울 통의동에 자리한 갤러리 ‘보안여관’에서 18일까지 ‘젊은 건축가상’ 수상작 전시가 열리고 있다.

노션 아키텍쳐의 모텔 리모델링(호텔 본) 작업에서부터 건축가 이소정·곽상준(OBBA건축 공동대표), 건축가 김수영(숨비 건축 대표)씨 등 세 수상 팀의 작업을 소개한다.

모텔 리모델링 작업은 유흥가 골목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호텔 이용자의 동선(입구)에서부터 객실 내부, 밖에서 보이는 창호의 비례미 등 깨알같은 디테일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외관이다. 김민석·박현진 두 대표는 “주변 건물이나 간판이 가볍고 현란해보였다. 이에 맞서 거대한 바위처럼 최대한 단순한 이미지로 대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소정·곽상준씨가 설계한 서울 내발산동 다세대주택(2~5층 14세대)은 구조와 외관에서 기존 다세대주택의 틀을 거부한 점이 돋보인다. 겉으로는 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동이 외부계단으로 연결된 구조가 특징이다.

김수영씨가 설계한 화인링크는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한 디자인 회사 사옥이다. 가로·세로 33m로 정방형 건물이지만 1~3층으로 통하는 천창과 중정 등으로 건물의 내부 구석구석에 빛이 닿도록 배려했다.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통의동 정림건축문화재단 1층에서 열리는 ‘젊은 건축가와의 대담’에서 이들의 기획 후기를 들을 수 있다.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이은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u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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