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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엄마' 이자스민 의원, "큰 아들, 이 나라에서 떳떳하게 병역 마쳐야"

조선일보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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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엄마' 이자스민 의원, "큰 아들, 이 나라에서 떳떳하게 병역 마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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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는 아들을 배웅할 때는 무사를 기원하며 눈물이 흐를 것 같다. 그러나 병역을 마쳐야 아들은 떳떳하게 이 나라에서 지낼 수 있다”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37) 의원(새누리·비례대표)이 12일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 엄마”라며 병역을 앞둔 큰아들 이승근(18)군의 군 입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자스민 의원은 국내 첫 귀화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이주 여성·아동 권리 보호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95년이다. 외항선원으로 일하던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것이 인연이었다.

의사의 꿈을 꾸며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던 17세 소녀는 29세 한국 청년의 끈질긴 구애에 미지의 나라 한국으로 왔다. 당시 이씨가 알고 있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가 전부였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힌 그는 199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육아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2005년부터 이주 여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이 의원이 본 한국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주 여성에 대한 멸시와 차별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이 의원은 “국제결혼한 가정에서 부부의 불화로 살인이나 상해사건이 일어나면 뉴스에서 크게 다룬다”며 “이주 여성은 비참하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한국에 등장한 2000년대 후반 이 의원은 국제결혼 가정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했다. ‘나도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던 중 뜻밖의 불행이 덮쳤다. 2010년 8월 가족이 강원도의 한 하천으로 휴가를 갔다가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던 남편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의원은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지인들이 무심코 “필리핀에 돌아갈 거지?”라고 물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악의 없이 한 말들이지만, 이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마음 속으로 ‘난 한국 엄마야’라고 외쳤다고 했다.

이 의원은 2011년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완득이’에서 필리핀 출신 엄마 역을 연기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 남아야겠다는 각오가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또 다른 계기는 2012년 이주 여성의 정치 참여를 추진하는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아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한 것이다.


한국 최초로 귀화 국회의원이 된 이 의원은 이주 여성의 자립과 의무교육 과정에서 다문화 이해를 촉진하는 법안을 잇달아 제출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와 서울 중심부에 오픈한 이주 여성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도 그 중 하나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이유에 대해 “10년 뒤에는 (한국 내에) 국제 커플의 자녀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한국인과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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