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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여섯 번째, 봉위수기(逢危須棄). 위험을 만나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항상 승전보만 울리고 뜻대로만 일이 풀리면 좋겠으나,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오는 법이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손실을 최소화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삼십육계 중에 '주위상(走爲上)(도망치는 것도 뛰어난 전략이다)'이 포함돼 있다."
'한국산 극세사 먼지털이 체코향 판매의 건'은 최 전무(이경영)가 하지 말라고 한 사업이다. 하지만 오 과장은 조건을 바꿔 다시 해보겠다고 한다. 문제가 생긴다. 김 대리(김대명)가 원산지 증명서를 빠뜨려 계약이 무효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 생긴다. 최 전무는 김 대리를 징계하겠다고 나선다.
앞날이 창창한 김 대리에게 징계는 좋을 게 없다. 방법은 하나, 오 과장이 최 전무를 직접 찾아가 징계를 철회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최 전무와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오 과장은 선뜻 나서지 못한다.
고민에 빠진 오 과장은 PT 준비를 앞둔 장그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자존심과 오기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차이라는 거,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부끄럽지만 일단은,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장그래는 봉위수기를 알고 있었다.
오 과장은 결국 전무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김 대리는 살아남았다.
◇일곱 번째, 신물경속(愼勿輕速). 신중하라, 경솔하거나 급해지지 마라.
박 과장의 비리 정황을 포착한 영업 3팀, 장그래가 말한다. "신물경속. 경솔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일단 전진하면 실패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결과는 확연하다. 상대가 죽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고졸인 장그래가 알고 있는 이 말을 명문대 출신 엘리트 장백기는 모른다. 장백기는 서두른다. 일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할 일은 문서를 정리하고, 오타를 찾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은 이미 충분히 익혔고, 사업을 기획하고 절차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고 여긴다. 장백기는 허드렛일(장백기가 생각하기에는)만 시키는 강대리(오민석)에게 반발한다.
장백기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해지는 법"이라고 말하는 강대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강 대리가 출장을 간 사이 재무부에 제출해야 할 서류를 대신 작성하게 된 장백기. 꼼꼼하게 작성했다고 생각한 서류가 재무부장에 의해 반려당한다. 장백기는 이유를 몰라 당황한 그에게 오 과장이 조언을 해준다. "이건 장그래도 아는 건데"라면서 말이다. 강 대리 또한 장백기가 작성한 서류를 보지도 않고 그가 틀렸을 만한 것을 전화로 지적한다.
장백기는 다시 기본부터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신중히, 급하지 않게.
◇여덟 번째, 동수상응(動須相應). 마땅히 서로 호응하도록 움직여라.
"상대의 의중과 수를 파악하면서 행동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망치는 자충수를 두어서도 안 된다.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을 잘 관찰하면서 수를 결정하라.
김 부장은 오 과장에게 '중동 메카폰 수출 건'을 건넨다. 이 사업을 처리하면 영업 3팀의 인원을 추가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오 과장은 바이어인 문충기 대표가 2차 접대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고민에 빠진다. 2차 접대는 오 과장의 신념에 벗어나는 일이다.
1차 접대에서 끝내기로 한 영업 3팀의 계획은 희대의 술고래 문충기 대표 앞에서 무기력하고, 결국 2차 접대를 한다. 단, 2차 접대 여성을 문충기 대표와 함께 한국에 온 그의 와이프로. 장그래는 오 과장에게 말한다. "계약을 버리고 신념을 택하신 거네요." 김 부장은 노발대발한다.
며칠 뒤, 문 대표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제안한 것의 두 배로 계약하겠다는.
오 과장은 문 대표의 와이프가 최종결정권자라는 걸 철저한 자료 조사로 알아냈다. 그리고 계약은 물론 자신의 신념까지 지키는 계약을 성사시킨다.
오 과장의 말. "내가 그러면 그놈이 원하는 대로 해줄 줄 알았니? 모든 건 자료 속에 있어. 자료 속에 왕도가 있는 법이야. 피가 거꾸로 솟았지. 신성한 결혼기념일날에 그짓을 하겠다는 거 아니야."
◇아홉 번째, 피강자보(彼强自保). 적이 강하면 나부터 지켜라.
"상대가 강할수록 수비에 힘써야 한다. 어설픈 공격을 시도하다가 수비에서 허점을 보인다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석률은 입사 초기, 자신의 사수인 성 대리(태인호)를 칭찬한다. 하지만 성 대리의 본성이 점점 드러나면서 한석률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성 대리는 한석률에게 일을 미루고, 한석률의 업무 성과를 가로채기 일쑤다. 조금씩 반항하는 한석률에게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핀잔을 준다.
한석률은 성 대리에게 강하게 반발하지만, 능숙한 성 대리는 오히려 한석률을 소시오 패스, 사이코 패스로 몰고 간다.
성 대리에 대한 한석률의 분노는 점점 커진다. 괴로워하는 한석률을 본 김 대리는 장그래에게 말한다. "감당하기 힘들 거야."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괴로운 걸 알았어. 보기 싫은 놈을 매일 봐야한다는 거. 너무 짜친 잘못들과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말하는 사람을 열라 치사하게 만드는 거! 근데 그런 놈을 상사들이 더 좋아한다는 거. 그리고 내가 한 일이, 다, 그놈 것이 된다는 거." 이렇게 말하는 한석률에게 장그래와 장백기가 말한다.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상대가 강할 때는요."
◇열 번째, 세고취화(勢孤取和). 세력이 고립되면 조화를 취하라.
"상대편의 세력 속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면 빨리 화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두 손 놓고 전멸당하기보다는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하다."
영업 3팀과 자원 2팀 간에 분란이 일어난다. 영업 3팀은 B/L을 보냈다. 하지만 자원 2팀은 받지 못했다고 서로 주장하는 것이다. 안영이는 자원 2팀에서 B/L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위기에 빠진 영업 3팀을 돕는다. 그 사실을 안 자원 2팀 직원들은 안영이에게 가혹해지기 시작한다.
허드렛일을 하는 안영이를 도우며 장그래가 말한다. "위기십결(圍棋十訣)에 세고취화(勢孤取和)라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설명한다. "위험한 곳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것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순류(順流)에 역류(逆流)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수단이자 공격수단이 되는 것이다."
안영이는 자원 2팀의 구박이 심해질수록 더 자신을 굽히고 결국 하 대리(전석호)는 조금씩 안영이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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