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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화학·防産' 매각, 선제적 구조조정만이 不況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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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화학·防産' 매각, 선제적 구조조정만이 不況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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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 등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2조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4개 회사 자산 가치만 13조원에 달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이 실행한 빅딜 중 가장 큰 규모다.

삼성은 작년 말부터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들 순환출자(循環出資) 구조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전자·금융·건설을 삼각축(三角軸)으로 하는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룹 내 계열사들끼리 이쪽 사업을 떼어다가 저쪽에 붙이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했지만 이번엔 한화라는 외부 파트너에 비주력(非主力) 부문을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그룹 역량(力量)을 집중하고,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는 과감하게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석유화학은 세계적으로 과잉 설비 때문에 고전하는 업종으로 일본·중국의 경쟁사들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산(防産) 업종도 방산 비리 수사 등으로 인해 당분간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이 내놓은 기업들이 부실 회사는 아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 등은 연간 1000억~2000억원의 순익(純益)을 낸다. 한화로서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알짜 기업을 인수하는 셈이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화학·방산 분야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그룹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실적 때문에 홀대를 받던 삼성의 화학·방산 회사들은 한화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사업 구조를 날렵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삼성과 한화는 이번 거래를 잘 마무리해 대기업 자율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웅진·STX·동양 등 외형(外形) 성장에 몰두하다 몰락한 기업들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 소속이 바뀌는 8000여명의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느끼게 되면 빅딜에 대한 회의감이 경제계 전체에 퍼질 수 있다. 모처럼의 대형 빅딜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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