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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끝 모를 防産 비리,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연합뉴스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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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끝 모를 防産 비리,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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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방위산업 비리가 끝을 모를 정도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엔 해군의 특수전용 고속단정 납품 비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특수 고속단정 납품과 관련한 비리를 적발해 방위사업청과 해군, 업체 관계자 등 17명을 입건하고 현역 군인 및 군무원 등 11명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입건의뢰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W사 대표 김씨 등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해군에 고속단정 13척을 납품하면서 160여 가지 중고 부품을 신품으로 속여 장착하고 단가나 노무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으로 13억 4천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제품에 사용된 중고 엔진을 신품으로 둔갑시켜 배에 장착하는 수법 등이다. 검수과정에서 문제가 당연히 적발돼야 하지만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국방기술품질원 공무원 등은 뇌물 수백만원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엉터리로 써서 만든 고속단정이 우리 영해를 지켜왔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겉만 새것일 뿐 내부는 중고인 함정이 멀쩡할 리 없다. 해군이 이렇게 납품받은 고속단정에서 지난 5년간 고장이 150여 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더 문제는 해군이 고속단정의 고장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한 의혹까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전 배치된 2척은 2012년 동해와 평택 해상에서 각각 훈련을 하던 중 엔진 화재가 발생해 예인선으로 구조됐으나 해군은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지 않은 채 단순 냉각기 고장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훈련 중 발생한 화재 사고는 참모총장에게 직보해야 할 만큼 중대 사안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엔진 고장을 축소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당시 엔진고장은 알람장치 고장에 따른 것으로 정상적으로 처리했고 사건을 축소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해군의 반박이 사실이길 바란다. 엉터리 부품으로 만든 함정이 고장 났는데도 이를 숨기려고까지 했다면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고속단정 고장의 축소·은폐가 있었는지 군 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해 밝히기 바란다.

최근 연이어 드러나는 방산 비리는 참담할 정도다. 대만산 값싼 방열팬이 프랑스산 고가품으로 둔갑해 윤영하함 등 각종 군함에 장착됐는가 하면 통영함과 소해함에서도 납품비리가 적발됐다. 이러다가 우리 해군의 함정이 모두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나는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이런 방산 비리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전직 군인들이다. 이번 고속단정 비리와 관련된 W사에도 해군과 방위청 퇴직자들이 근무했으며,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학교 선·후배인 당시 현역 대령 등 인수 담당 공무원들에게 3천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전역 후에도 계급을 따질 정도로 경직되고 폐쇄적인 군의 문화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확실한 전관예우로 이어져 결국 비리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방산비리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단호하고도 확실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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