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사설] 비리의 복마전 방사청 그냥 둘것인가

이데일리 허영섭
원문보기

[사설] 비리의 복마전 방사청 그냥 둘것인가

서울흐림 / 7.0 °
군 전력의 핵심인 각종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고 공급을 책임지는 방위사업청이 비리의 복마전으로 전락하고 있다. 통영함 비리사건은 방사청과 방산업체의 유착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통영함은 천안함 폭침 이후 1600억원을 들여 해난 구조용으로 건조했지만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 결과 방사청 간부와 방산업체가 결탁해 1970년대 기술 수준의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무려 41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결함 때문에 통영함은 진수식을 갖고도 2년 넘도록 꼼짝달싹하지 못한 채 부두에 정박해 있다.

통영함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광개토대왕함의 전투운영 시스템은 고물상에서도 찾기 힘든 486컴퓨터로 작동됨으로써 지난 2년간 24번의 셧다운이 발생하는 등 지휘함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율곡이이함은 어뢰 기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 방어능력을 상실했다. 기만탄은 함정 소리와 비슷한 소음을 내면서 어뢰 공격을 피하게 하는 무기다.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K-11 복합소총은 핵심기능인 공중 폭발탄이 총기 내부에서 터지는데다 자석을 들이대면 자동 격발되는 결함까지 드러났다.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병사들에게 보급한 방탄복 2000여 벌은 북한군의 AK-74 소총에 뚫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탄복을 입고 전투에 임한다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방사청이 2006년 출범한 것은 무기 구매와 군납 비리를 막고 민간 인력을 활용해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부패의 온상이 된 것은 ‘군피아’ 때문이다. 방산업체에 취직한 예비역 장교들이 방사청에 근무하는 현역 후배 장교들과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다.

지난 4년간 대령급 이상 전역장교 243명 중 95명이 방산업체에 재취업했다. 방사청의 문민화가 시급한데도 지금껏 군인 정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국감에서 방사청의 비리를 없애려면 해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을까 싶다. 방사청을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혁하고 군피아의 적폐를 과감하게 척결해야 할 것이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