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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해도 저희는 반드시 폭발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현장에 들어갑니다. 끝까지 불리한 쪽으로 생각하고 혹시 모를 폭발 위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지하철 분당선 강남구청역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닷새 뒤에는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 한복판에서 연이어 터진 폭발물 의심 소동을 잠재우는 이들이 있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폭발물 처리반(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이 그들이다.
최근 서울 강남 모처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부대에서 경찰특공대 요원 4명을 만났다. 전제환(39) 경위, 황태선(38) 경사, 장준호(39) 경사, 정근우(31) 순경.
검게 그을린 이들의 얼굴이 그 동안 얼마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을지 짐작케 했다. 이들은 얼굴에 웃음기를 뺀 채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특수 작전 부대인 경찰특공대는 부대 위치와 조직 편제, 인원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 보안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24시간 교대로 근무를 서며 상부 기관에서 출동 명령을 내리면 현장으로 달려간다. 현장에 출동하는 동안 폭발물 처리 요원들은 어떤 상황이 진행되고 있을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짠다.
지난 17일 강남구청역 현장에는 폭발물 탐지 요원 2명과 폭발물 처리 요원 3명이 투입됐다. 현장에는 경찰과 군, 소방당국 등 유관 기관 관계자가 모여 합동심문조(합심조)을 꾸렸다. 합심조는 폭발물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역할을 하지만 언제나 핵심은 폭발물처리반이다.
유관 기관 관계자가 시민들의 현장 출입을 통제하는 등 각자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폭발물 처리 요원들은 의심 물체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긴장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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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7일 오후 2시 5분께 분당선 강남구청역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들어와 이 구간 열차 운행이 임시 중단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특공대원이 현장에서 발견한 가방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가방에는 폭발물이 없었으며 옷가지만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2014.03.17.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
전 경위는 "상세한 처리 기법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대부분 탐지견 반응, 엑스레이 판독, 물사출분쇄기 발사 등 1~3차례에 걸쳐 처리하지만 폭발물 유형과 상황에 따라 조치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발물 의심체를 직접 다루다 보니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폭발물이 터진다면 본인의 목숨은 커녕 시민들의 안전도 크게 위협 받게 된다.
폭발물이 터졌을 경우에 대비해 40㎏에 달하는 방폭복을 입는 등 안전 장비를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폭발 위험으로부터 100% 안전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황 경사는 이번 강남구청역 폭발물 의심 소동에서 '문제의 가방'에 직접 물사출분쇄기를 발사한 장본인이다. 그는 온몸을 감싸는 방폭복을 입고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 바로 옆에서 처리 작업을 벌였다.
황 경사는 "방폭복은 최소한의 안전 장비"라며 "폭발물이 터졌을 때 다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과 같은 직업적 위험일 뿐"이라며 "현장에서는 훈련 받은 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의심 물체가 있는 일대는 현장 접근이 완전히 차단된다. 이후 폭발물 근처에는 폭발물 처리 요원 등 극소수만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장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정작 폭발물 처리 요원 본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폭발 의심 물체 처리 작업을 진행하기에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강남구청역 현장에서도 위험물 근처에는 황 경사를 포함한 경찰특공대 요원 5명만 있었다.
황 경사는 "주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것은 모든 처리가 끝난 뒤 부대로 돌아갈 때 기사를 통해 접한다"며 "현장 근처를 경찰이 2중, 3중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주변이 어떤 모습인지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경위는 "저희가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출입 통제선이 해제되고 현장이 정리된다"며 "시민들이 안전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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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7일 오후 2시 5분께 분당선 강남구청역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들어와 이 구간 열차 운행이 임시 중단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특공대원이 현장에서 발견한 가방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가방에는 폭발물이 없었으며 옷가지만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2014.03.17.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
그는 "경찰특공대에서 근무하고 폭발물 처리 업무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긴다"며 "이런 자부심이 특공대원으로 일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폭발물 협박·의심 신고는 102건이었다. 2011~2012년에도 연평균 100건의 폭발물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이 중 실제로 폭발물이 터진 사례는 2011년 5월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생한 2건에 불과하지만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황 경사는 "폭발물 의심체를 처리하는 동안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다소 불편을 겪더라도 시민들이 양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경찰특공대 폭발물 처리반은 1983년 10월 경찰특공대가 창설되면서 함께 설치됐다. 현재 서울과 충남, 전남, 부산, 대구, 인천, 제주경찰청 등 7개 경찰청이 경찰특공대를 운용하고 있다.
경찰특공대의 주요 임무는 ▲테러 사건 예방·진압 ▲중요 범죄 진압 ▲재해·재난 및 긴급 상황 발생 시 인명 구조 등이다. 지난 2012년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대테러활동을 펼치는 등 국제 행사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경찰 특수 부대 중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경찰특공대는 지원 자격 요건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폭발물 처리 요원이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
폭발물 처리 요원은 화약류관리·제조보안책임자 면허 2급 이상이나 전자산업기사 이상(전자기사, 전자기기기능장, 전자응용기술사) 자격증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어 실기 평가와 필기시험, 적성 검사, 서류 심사, 면접 등 3개월여에 걸친 전형 끝에 최종 합격하면 그제서야 경찰특공대 폭발물 처리 요원으로 불릴 수 있게 된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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