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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화면 속 미스터리 살인사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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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화면 속 미스터리 살인사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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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1927년 대부호인 ‘마담D’(틸다 스윈튼)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온 지 얼마 뒤 살해된 채 발견된다. 유언에 따라 마담D의 연인이자 호텔 지배인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는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상속받는다. 마담D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를 못마땅해 하고, 구스타브는 제자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그림을 훔쳐 달아난다. 그러다 드미트리가 구스타브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자 구스타브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제로와 증언자를 찾아 나서고, 드미트리는 무자비한 킬러 조플링(윌렘 데포)을 고용해 이들을 쫓는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사진)을 연출한 미국 감독 웨스 앤더슨은 마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화면으로 유명하다. <바틀 로켓>(1996) 이후 <로얄 테넌바움>(2001), <다즐링 주식회사>(2007), <문라이즈 킹덤>(2012)으로 이어지는 작품에서 화려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한 화면에 구성해 내는 재주로 스크린을 빛냈다.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영향을 받아 완성한 이번 작품에서는 유럽의 향기를 짙게 풍긴다. 알프스에 있는 가상 국가 ‘주브라스카’를 배경으로 설원 위에 세워진 호텔의 화려한 외경과 고풍스러운 실내장식이 눈길을 끈다. 클림트 등 유럽 작가들의 그림도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다. 호화로운 전성기를 누리던 호텔은 군인들의 차지가 되고 온천 관광으로 풍족하게 살던 주민들의 생활도 전쟁으로 뒤바뀐다. 구스타브와 제로, 드미트리와 조플링의 관계를 통해 나치즘과 파시즘을 드러내고 유럽의 어두운 과거도 묘사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 어른은 아이 같은 철부지로, 아이들은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구스타브의 행동은 의미있어 보인다. 구스타브는 국경 헌병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 제로를 용감하게 구해낸다. 철부지 같은 어른 구스타브의 ‘성장 서사’는 잔잔한 재미를 준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0분.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