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등록번호 ‘P12302F1’ 성골 중의 성골… “사육두수 150마리 안에 들기는 대입 경쟁 뺨쳐요… 그런데 나이 들면 쓸쓸히 목장을 떠나야 해요”
올해 갑오년은 말띠 해, 그중에서도 60년 만에 맞는 청마(靑馬)의 해입니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말의 고장으로 불려왔는데요. 제주도는 말의 해를 맞아 새해 벽두부터 말산업특구 지정이다 뭐다 하면서 무척이나 들썩이고 있답니다.
저는 한라산 자락 제주시 용강동 견월악 밑에 있는 제주도축산진흥원 목마장에서 산답니다. 이곳 목마장에는 저와 같은 천연기념물 제주마들만 살고 있죠. 그야말로 순수혈통인 ‘성골’끼리만 모여 사는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눈이 오는 날씨에도 우리를 보려고 목마장을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눈치껏 점잖은 포즈를 취해주고 있죠. 전세버스가 서너대 한꺼번에 들어올 때면 마치 영화배우 같은 우쭐한 기분도 들곤 합니다.
아참, 자랑만 늘어놓다 보니까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제주마 혈통 등록번호 ‘P12302F1’, 마명은 ‘문 150’이라고 합니다. 2012년 4월에 태어났으니까 아직 만 두 살이 채 안됐죠. 저는 천연기념물입니다. 아빠와 엄마, 조부와 조모, 증조부까지도 천연기념물입니다. 제주도축산진흥원 제주마관리시스템에 다 혈통등록이 돼 있죠. 이른바 ‘족보’가 있는 말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제가 어떻게 태어나고 천연기념물이 됐는지, 또 앞으로의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일생’을 말씀드리죠. 저가 청마는 아니지만, 말의 해니까 좀 떠들어도 귀엽게 봐주시길.
저는 한라산 자락 제주시 용강동 견월악 밑에 있는 제주도축산진흥원 목마장에서 산답니다. 이곳 목마장에는 저와 같은 천연기념물 제주마들만 살고 있죠. 그야말로 순수혈통인 ‘성골’끼리만 모여 사는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눈이 오는 날씨에도 우리를 보려고 목마장을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눈치껏 점잖은 포즈를 취해주고 있죠. 전세버스가 서너대 한꺼번에 들어올 때면 마치 영화배우 같은 우쭐한 기분도 들곤 합니다.
아참, 자랑만 늘어놓다 보니까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제주마 혈통 등록번호 ‘P12302F1’, 마명은 ‘문 150’이라고 합니다. 2012년 4월에 태어났으니까 아직 만 두 살이 채 안됐죠. 저는 천연기념물입니다. 아빠와 엄마, 조부와 조모, 증조부까지도 천연기념물입니다. 제주도축산진흥원 제주마관리시스템에 다 혈통등록이 돼 있죠. 이른바 ‘족보’가 있는 말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제가 어떻게 태어나고 천연기념물이 됐는지, 또 앞으로의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일생’을 말씀드리죠. 저가 청마는 아니지만, 말의 해니까 좀 떠들어도 귀엽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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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인 제주마들이 제주시 용강동 견월악 아래 목마장을 거닐고 있다. | 제주도 제공 |
■ 엄마·아빠가 천연기념물이면 자식도 천연기념물
제주마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시기는 1986년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제주도에서 사육되는 말이 2만마리가 넘었지만 이후에 농기계가 보급되고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말의 쓰임새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1980년대 중반에는 1300마리까지 줄어 멸종위기에 이르게 되죠. 말이 쓸모없어졌다고 그렇게 천대하다니 참 나쁘죠. 그래도 제주 조랑말이 멸종되면 안되니까 문화재청은 1986년 65마리를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했습니다. 사람이 기르는 축양동물 중에서는 진돗개, 오골계에 이어 국내 유일의 향토마인 제주마가 3번째로 천연기념물 자리에 등극한 것이죠.
1991년에는 제주도에 경마장이 생겨납니다. 한국마사회 제주경마공원이죠. 흔히 조랑말로 부르던 제주 재래마는 크기가 왜소해 경마용으로는 좀 볼품이 없죠. 그래서 더러브렛과 교잡시킨 제주산마, 한라마 등이 많이 태어나게 됩니다. 이들은 ‘성골’이 아니라 ‘진골’에 해당되겠죠. 이때부터 제주 재래마에 대한 체계적인 혈통관리 필요성이 대두되죠. 또 제주마를 어떻게 부를지에 대한 명칭 통일 문제도 제기됩니다. 논의 결과 천연기념물은 ‘제주의 제주마’로, 천연기념물 이외 말은 ‘제주마’로 부르기로 합의했습니다. 경마공원의 혼혈마들은 한라마로 부릅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말은 모두 170마리입니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관리지침에 따라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사는 곳부터 일정해야 합니다. 축산진흥원 목마장과 방목장 보호구역에서 살면서, 혈통과 표준체형을 갖춰야 합니다. 멋있게 생겼다고 다 천연기념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부모가 천연기념물이어야 자식도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천연기념물 4세대입니다. 1986년 처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86마리 중 한 분이 제 증조부랍니다.
요즘은 천연기념물 되기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명문대 입시경쟁을 뺨칩니다. 천연기념물 사육두수가 현재 150마리(암 120, 수 30)로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적정 사육두수를 넘으면 잉여축으로 분류돼 일반농가에 분양됩니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끼리 교배해서 낳은 말은 114마리입니다. 이 중 3마리만 천연기념물 후보축으로 선정됐습니다. 나머지는 농가에 다 팔렸죠. 그래도 일반마보다는 분양가가 훨씬 높게 형성됩니다. 성골은 성골이기 때문이죠. 천연기념물 후보축은 전체의 5% 이내에서 뽑습니다. 후보축이 되더라도 3세 이전에 기형이 나타나거나 이상한 모색이 나오는 경우 바로 탈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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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축산진흥원 목마장은 보호구역입니다. 제주시 용강동 산 14-34번지 등 6필지 132만㎡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죠. 혈통을 정확히 따지기 때문에 번식기가 되더라도 정해진 배필하고만 사랑을 해야 합니다.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암컷과 수컷 따로따로 살아야 합니다. 종모마, 종빈마, 육성마, 자마를 격리 사육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죠. 번식기인 5월부터 11월까지는 목마장에서 사랑하는 수말을 만날 수 있답니다. 보호구역에는 천연기념물 이외 다른 말의 출입이 금지됩니다. 다른 말이 이곳에 들어오려면 거세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소수집단끼리 사귀다 보니 집단 내 혈연계수가 상승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유전적 번식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사육두수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는 겨울이면 갑갑한 마사에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겨울부터는 목마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강건한 개체 50여마리만 따로 선발된 것이죠. 좀 춥기는 하지만 관광객들도 만나고, 눈송이와 장난치는 재미가 매우 좋습니다.
우리는 수시로 전염병 예방접종을 하고, 분기별로 질병조사 및 치료를 받습니다. 기생충 구제약도 한 해에 두 번이나 먹습니다. 제 혈통은 유전자 분석을 거쳐 국제동물유전자학회 지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자료가 전산화돼 있습니다. 저의 목에는 마이크로칩이 주입돼 있는데요. 리더기를 이곳에 대면 저의 가계정보, 사진정보, 근친계수 등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 중에 제주마처럼 정확한 종합정보시스템을 갖춘 곳은 제주도축산진흥원밖에 없습니다. 사료는 말 전용사료를 주로 먹습니다. 소 사료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맞지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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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까지 인간에게 봉사하며 ‘쓸쓸한 최후’
아무리 천연기념물이지만 저도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겠죠.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말 중에서 가장 최고령은 1987년 5월에 태어난 말입니다. 26년 7개월이 됐죠. 말은 대개 30살에서 35살 사이에 자연사한다고 합니다. 1986년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65마리 중 현재 남아있는 말은 한마리도 없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문화재 지정이 해제됐기 때문이죠. 천연기념물 관리지침은 이를 ‘도태’라고 표현합니다.
제주도종축개량공급위원회 제주마분과위원회는 매해 10월 심사를 벌입니다. 심사 결과 천연기념물 지정조건에서 벗어났다고 판정되는 말은 도태됩니다. 불임마, 노쇠마, 변형마 등이 대표적입니다. 쓸쓸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말의 일생이 다 그런 것인데요. 심사 결과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는 말은 농가에 팔리거나 보호구역 밖으로 반출됩니다. 농가는 이 말을 경주마나 승마용으로 기르거나, 정 안될 경우 식용으로 매각하게 되죠. 천연기념물 지위에서 내려가더라도 관광객을 태우거나, 온몸을 바쳐 인간에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목마장을 벗어나 쓸쓸히 마지막 길을 가야겠죠.
■ 국내 첫 말산업특구 제주
제주도 전역이 대한민국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아직 어린 만큼 앞으로 쨍하고 해뜰날이 많아지겠죠. 현재 국내 말의 67%가 제주에서 사육되고 있고, 경주마는 80%를 제주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말의 생산이나 말고기 이용, 관련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어느 지역보다 말산업이 특화돼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겠죠.
말산업은 국민소득 증가에 비례해 성장 잠재력과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입니다. 제주도를 기반으로 한 말산업의 6차 산업화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미국 켄터키주는 말산업으로만 일자리 8만개를 포함해 연간 40억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천연기념물인 ‘제주의 제주마들’이 더욱 순수하게 혈통을 보존하고, 외모도 잘 가꿔야겠죠. 부지런히 2세도 낳고요. 청말띠 해, 저도 청마를 꿈꾸고 있습니다.
<제주 |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