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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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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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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역 신안산선 공사현장 심정지 50대 사망
‘탐욕·중독’이 동력인 금융자본주의 ‘속살’ 그려
성공하고 싶은 조던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주식중개인으로 월스트리트에 발을 내딛는다. “ ‘금융계’란 정글에서 버티려면 마약과 창녀는 필수”라는 괴짜 선배 중개인들 사이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간다. 그러나 대공항 이후 주식시장에 닥친 최악의 폭락 사태 ‘블랙먼데이’ 여파로 취업 6개월 만에 직장을 잃는다. 투기성이 강한 저가 주식 ‘페니 스톡’으로 눈을 돌린 벨포트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사던 페니 스톡을 부자들에게 파는 전략으로 큰돈을 번다. 직접 증권사를 세운 그는 점점 ‘돈 버는 재미’에 중독되고 주가조작, 자금세탁까지 손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벨포트를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미국의 경제 부흥기인 1980~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금융가의 황홀경과 광기, 부흥과 몰락을 보여준다. 조던 벨포트가 쓴 자서전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했다. 메가폰을 잡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벨포트라는 인물을 내세워 금융자본주의를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벨포트가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고 이 욕망이 더 커지도록 사람들을 중독시킨다. 더 큰 욕망을 위해 섹스와 마약이 동원되고 이는 또다시 돈에 대한 열망을 달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금융전문가가 아니라 마약상, 닳아빠진 영업사원 등 돈에 대한 감각만 남은 사람들이 벨포트가 세운 회사의 성공을 이끈다.

영화는 올해 72세인 노장 감독이 여전히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스코세이지는 욕망에 포획된 금융인들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면서 유머까지 여유있게 구사한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에 이어 5번째로 스코세이지 감독과 만난 디캐프리오의 열연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마약에 찌들어 몸을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침을 흘리고 기어다니는 연기가 압권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79분.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