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아이오와 클리브에서 에너지 및 경제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달러 하락에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개의치 않는다고 말해, 시장에서 달러 등 환율·귀금속 등이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근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해 걱정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가치를 보라.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보라. 달러는, 달러는 아주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가 그 자체의 수준을 찾게 두고 싶다, 그게 공정한 일이다”라고 말해, 인위적으로 달러를 방어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원하면 달러를 요요처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의 평가절하를 지적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을 보면, 나는 예전에 그들과 엄청 싸웠다. 그들은 항상 엔화를 평가절하하려 했고, 위안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계속 평가절하, 평가절하, 평가절하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너희가 평가절하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평가절하하면 경쟁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지만, 그들은 늘 ‘아니야, 우리의 달러는 훌륭하다’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 직후 달러는 이날 하루 기준으로 지난 4월 이후 최대폭의 일일 하락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장중 한때 1.2%까지 추락했고,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달러 지수는 이날 오후에만 1.3% 추가 하락해 95.75로 4년래 최저 수준까지 밀렸고, 2026년 연초 이후 누적 하락폭은 2.6%에 달했다.
달러 약세로 유럽 통화는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1.4% 오른 1.204달러, 파운드화는 1.2% 오른 1.384달러로 각각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위험 회피 수요가 강해지면서 귀금속·디지털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도 가속화됐다. 은 가격은 온스당 8% 넘게 급등해 112달러를 돌파했고, 금은 온스당 3.5% 올라 518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역시 1% 상승해 8만9천달러를 상회했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으로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용인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강력히 반응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는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존 미국 정부들은 “강한 달러는 국익에 부합한다”는 ‘강달러 원칙’을 반복해왔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상 약달러 용인·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그린란드 문제, 관세 위협 등이 겹치는데도 “미 행정부는 달러 가치의 하락 리스크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인식을 강화해, 달러 자산에 붙는 정치·정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퍼진 ‘마러라고 합의’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하락을 추진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마러라고 합의는 미국의 무역 및 재정적자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를 추진하는 한편 외국 정부가 보유한 미 국채들을을 장기채로 전환한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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