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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엔비디아가 제시한 AI 인프라 구상… ‘메모리 산업’ 계륵 낸드플래시 위상 바뀔까

조선비즈 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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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엔비디아가 제시한 AI 인프라 구상… ‘메모리 산업’ 계륵 낸드플래시 위상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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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고도화로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내장형) 전반에서 저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간 ‘저마진 메모리’로 평가절하돼 왔던 낸드플래시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장기간 보관하고 재활용하는 저장장치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입니다.

낸드플래시는 오랫동안 메모리 산업의 ‘계륵’으로 불려왔습니다. 기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공급 과잉이 반복됐고, 가격 변동성이 커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D램처럼 성능 경쟁을 통해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운 구조도 한계로 지적돼 왔습니다. AI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에도, 낸드플래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뒤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습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한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제품./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한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제품./삼성전자 제공



이 같은 인식에 균열을 낸 것은 엔비디아가 최근 제시한 차세대 AI 인프라 구상입니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이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연산 성능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재활용하는 저장장치의 역할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의 고속 메모리뿐 아니라 서버 외부의 대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적극 활용하는 구조를 공개했습니다. 저장장치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AI 추론 파이프라인의 일부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던 낸드플래시는 ‘값싼 저장용 반도체’에서 AI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서버 한 대당 SSD와 낸드플래시 탑재 용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청사진은 낸드플래시 수요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수요 지표는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낸드플래시 수출 금액은 1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고, 수출 물량도 28% 늘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3~38%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유사한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등 주요 업체들이 기업용 SSD(eSSD)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가격을 인상한 배경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공급이 공격적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플래시 웨이퍼 생산량을 전년 대비 소폭 줄이거나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HBM 등 고수익 D램 제품에 설비 투자를 우선 배분하고 있는 데다, AI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SSD 대응을 위해 QLC(쿼드레벨셀) 공정 전환을 진행하면서 생산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낸드플래시는 무리한 증산보다 가격 방어와 수익성 회복이 합리적인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같은 수급 구조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를 당분간 지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AI 가속기와 서버 한 대당 탑재되는 저장 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낸드플래시 수요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 데이터 보관을 넘어, AI 추론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중간 데이터와 맥락 정보를 저장·관리하는 인프라로 SSD가 편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변수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YMTC를 중심으로 중국산 범용 낸드플래시 공급은 늘고 있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와 기술 장벽으로 인해 고성능·고신뢰성이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에는 진입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바일·PC용 범용 낸드플래시 비중을 줄이고, 서버·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조정하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의식하되, 단기 가격 경쟁에 휘말리기보다는 기술과 신뢰성 장벽이 높은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현재의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은 단순한 업황 반등이라기보다, AI 산업 구조 변화와 공급 전략, 중국 변수까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됩니다. AI가 ‘계산하는 기술’에서 ‘기억하고 판단하는 기술’로 진화하면서, 저장장치의 역할 역시 주변부에서 핵심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계륵으로 취급돼 온 낸드플래시가 엔비디아가 제시한 새로운 활용도를 계기로 위상을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이 흐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이후 새로운 수익 축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트렌드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낸드플래시와 기업용 SSD 등 스토리지의 전략적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며 “HBM에 가려졌던 낸드플래시가 한국 메모리 업계 수익성 확장에 큰 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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