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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대 중국산 ‘가성비 이어폰’ 공습… 韓 시장 판도 흔드나

조선비즈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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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대 중국산 ‘가성비 이어폰’ 공습… 韓 시장 판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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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저가 무선 이어폰을 국내에 속속 출시하고 있다. 2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6일 무선 이어폰 신제품 ‘프리버즈 SE 4 ANC’를 한국에 출시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4만9800원이다. 당초 6만원대로 책정했던 가격을 국내 출시 과정에서 한 달간 한시적으로 낮췄다. 샤오미도 지난 12일 ‘레드미 버즈 8 라이트’를 국내에 내놓으며 출고가를 2만7800원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프로3’(25만9000원)와 비교하면 약 9분의 1, 애플 ‘에어팟 프로3’(36만9000원) 대비 약 1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업체의 존재감은 점유율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23.3%, 샤오미 11.5%, 삼성 7.1%, 화웨이 6% 순으로 집계됐다. 2022년 4.4%에 그쳤던 샤오미는 2024년부터 삼성전자를 추월했고, 2022년 집계에서 3% 미만으로 분류됐던 화웨이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애플 역시 2022년까지 30% 안팎을 유지했지만 3년 만에 2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질주’가 당분간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중국산 디스카운트’ 우려를 걷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40dB 이상의 노이즈 캔슬링을 갖춘 기기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분류한다. 2만원대 샤오미 제품은 42dB, 4만원대 화웨이 제품은 50dB 수준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했다. 샤오미 제품에는 듀얼 마이크와 인공지능(AI) 기반 소음 억제(ENC) 기술이, 화웨이 제품에는 IP54 등급의 생활 방수·방진 기능이 적용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친 최근 국면에서 중국산 가성비 무선 이어폰 수요가 늘고 있다”며 “품질 면에서도 삼성이나 애플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가격 경쟁 대신 ‘차별화된 성능’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음성 품질을 강화한 통화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폰을 꺼내지 않고도 음성 호출이나 이어폰 길게 누르기 방식으로 구글 ‘제미나이’를 불러 실시간 통역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애플도 실시간 통역 기능을 자사 제품에 탑재했고, 알림 수신 시 시리(Siri)가 내용을 읽어주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등 머리 움직임만으로 전화를 받거나, 거부하는 기능을 넣었다. 무선 이어폰 착용 상태에서 심박 수를 측정하는 기능을 더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삼성과 애플은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인 반면,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충돌하는 영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저가의 역습’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삼성과 애플이 프리미엄에만 집중하면 자칫 ‘기술 과잉’으로 흐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특별한 기능보다 기본 성능에 충실하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에 더 끌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은 고성능 저가형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며 “후발 주자였던 중국 로보락이 품질을 끌어올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밀어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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