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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음식점서 쌓은 로봇 기술, 집에선 요리-설거지까지 ‘척척’

동아일보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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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음식점서 쌓은 로봇 기술, 집에선 요리-설거지까지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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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작년 영업익 5170억…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
[K제조 바꾸는 AI로봇] 〈5〉 LG가 꿈꾸는 AI 로봇 미래

로봇의 제조-서비스업 등 활용 넘어… 인간의 노동 대체할 모든 영역 투입

제조현장서 축적 SW 기술력 바탕

홈로봇 클로이드, 섬세한 활동 가능… 사람처럼 집안일 하는 로봇 목표로
가정용 로봇

가정용 로봇


“배고파. 스파게티 준비해 줘.” 퇴근 후 귀갓길. 온종일 격무에 시달려 식사를 챙길 여력이 없지만 말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집에 있던 로봇 가정부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스스로 파악해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냉장고를 열어 주섬주섬 식재료를 꺼낸 뒤 씻고 손질한다. 오븐에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치즈 오븐 스파게티를 뚝딱 완성시킨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식탁에 식기와 자신이 한 요리를 차린다.

LG전자가 그리는 미래 가정에 도입된 인공지능(AI) 로봇의 모습이다. LG전자는 사람들이 일상 속 단순노동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제로-레이버(노동 없는 삶)’를 목표로 AI 로봇 개발에 집중해 왔다. 공장에서 음식점에 이어 집까지 사람의 힘을 더는 쪽에 힘쓰겠다는 목표다.

이달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LG 클로이드(CLOiD)를 선보이며 가정용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낸 이유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클로이드에 대해 “LG전자가 지향하는 AI 홈, ‘제로-레이버’ 홈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소개했다.

상업용 로봇

상업용 로봇


LG전자는 기존 산업용, 상업용 로봇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정용 로봇까지 AI 로봇 제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제조 현장뿐 아니라 ‘상품’으로도 로봇을 앞세우며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기대도 나온다.

● 산업·상업용 시장서 축적한 로봇 기술

홈 로봇 클로이드는 LG전자가 오랜 기간 산업·상업용 로봇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LG전자는 2017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티즈’ 지분 투자를 계기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집안 가전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인 ‘LG 씽큐’도 출시했다. 클로이드의 첫 번째 퍼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LG전자가 2대 주주로 있는 로보티즈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동력 구동 장치) 전문 업체로, 클로이드 개발에도 기여했다. 실제 클로이드의 팔에는 7개, 손에는 약 20개의 액추에이터가 들어가 있다. 액추에이터가 많을수록 로봇은 다양하고 섬세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클로이드는 어깨와 손목을 회전하거나 앞뒤 좌우로 움직일 수 있고, 팔꿈치를 굽혔다 펼 수 있다.

LG전자는 이어 2018년 산업용 로봇팔 전문 업체 ‘로보스타’, 지난해에는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로봇 생태계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산업·상업용 로봇은 상용화에 성공해 궤도에 오른 상태다. 특히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2023년부터 AI를 로봇 학습에 활용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물류 로봇이 대표적이다. 물류 로봇은 그동안 단순히 제품, 부품을 운반해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는데, 이제는 공정에 직접 투입돼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배병주 로보스타 대표는 “그만큼 사람 없이도 로봇이 해내는 일이 늘면서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고 공정의 효율이 올랐다”며 “과거에는 사람이 다양한 시나리오나 샘플을 일일이 학습시키던 것을 AI가 대신하면서 로봇의 속도와 정확도 등이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만드는 산업용 로봇은 LG전자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 계열사 곳곳의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 로봇이 로봇 만드는 시대 오나

산업용 로봇

산업용 로봇


그동안 LG전자가 축적한 산업·상업용 로봇 기술은 홈 로봇에 접목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클로이드가 집에서 사람에게 물컵을 갖다 주거나 음식 재료를 손질할 때 산업용 로봇의 기술을 쓸 수 있다. 홈 로봇에는 물컵이 깨지거나 재료가 상하지 않도록 섬세한 움직임이 요구되는데, 이때 나사 결합, 부품 조립 등 산업용 로봇의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또 클로이드는 집 안에서 세탁기를 돌리고 오븐을 작동시키는 등 가전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상업용 로봇 역시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등 주변 기기와의 연동이 핵심이다. 상업 공간에서 타 기기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홈 로봇에도 활용되는 것이다. LG전자 계열사인 베어로보틱스는 로봇 소프트웨어(SW) 기술에 강점이 있어 이 부분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클로이드 양산 단계에서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는 것도 기대된다. LG가 각 계열사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로봇이 가정용 로봇을 만드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홈 로봇은 특히 산업용, 상업용 로봇 다음 단계의 고난도 분야로 평가된다. 공장이나 식당은 주변 시설이나 로봇의 동선이 규격화돼 이동 동선 등 변수가 제한적이다. 반면 집 안은 가정마다 가족 구성이나 생활 패턴, 실내 구조, 가구 배치 등이 제각각이어서 대응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정에는 아이, 노약자, 반려동물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상이 있을 수 있어 홈 로봇은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클로이드에 대한 현장 적용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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