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쳐 軍수뇌 6명 중 5명 제거
美싱크탱크 “中 역사상 최대 숙청”
美싱크탱크 “中 역사상 최대 숙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세번째)이 지난 2022년 11월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수뇌부와 합동작전지휘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이들 중 장성민 현 부주석을 제외한 6명은 2023년 리샹푸를 시작으로 최근 장유샤·류전리까지 모두 숙청됐다./ 신화 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은 중국군 서열 2위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전격 낙마했다. 2023년부터 이어져 온 시 주석의 군 수뇌부 물갈이 드라이브가 정점의 ‘실세’까지 겨눈 것이다. 2022년 10월 7명으로 출범한 20기 중앙군사위는 지속적인 숙청 끝에 시진핑과 지난해 10월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張升民) 2인만 남게 됐다. 시진핑의 군 통제력은 더욱 공고해졌지만, 동시에 군사력 증강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장유샤와 류전리(劉振立) 중앙군사위원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과 위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25일 사설에서 두 사람의 혐의가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짓밟고 파괴한 행위”라고 했다. 단순 비리가 아니라 시진핑의 군권과 통치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 정치적 범죄라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
중앙군사위에서 시진핑을 제외한 6인 가운데 5인이 낙마하면서, 시진핑이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추진한 군 기강 바로잡기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크리스토퍼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전례 없는 중국군 사령부 전멸”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라일 모리스 선임연구원은 “1949년 이후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 숙청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향후 중국군은 ‘충성파’로 새로 채워지고, 내년 건군 100주년에 맞춰 강군(强軍) 건설을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랜 측근이던 張에 군부 권력 집중되자… 시진핑, 잠재 위협 인식"
장유샤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숙청된 최고위급 현직 군 지도자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지낸 궈보슝(2014년 낙마)·쉬차이허우(2015년 낙마)가 숙청된 전례가 있지만, 두 사람은 낙마 당시 퇴임한 상태였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반부패를 명분으로 처벌된 관료는 20만 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군 장성은 11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장유샤 숙청은 2023년 시진핑이 로켓군을 겨냥해 시작한 대규모 숙청이 방산 분야와 전구(戰區) 사령부, 중앙군사위 핵심부로 확산된 결과로 평가된다. 2022년 미 공군대학 산하 항공우주연구소(CASI) 보고서에 중국 핵 전력을 담당하는 로켓군 관련 정보가 상세히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군 기밀이 미국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시진핑의 칼날은 2023년 로켓군에서 시작해 장비발전부와 정치공작부로 번지며 ‘계단식 숙청’이 이뤄졌다. 전직 CIA 중국 분석관 출신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장유샤는 숙청의 ‘설계자’였지만, 수사가 확대되면서 창끝이 본인을 향했다”며 “본인이나 가족이 과거 부패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고, 정적(政敵)이 정보를 흘렸을 수 있다”고 했다. 장유샤는 지난해 11월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이중 인격자(兩面人)’가 되거나 거짓 충성을 하는 일을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이 군부를 ‘멸절’ 수준으로 정리한 배경으로 장유샤의 권력 집중 구도도 거론된다. 혁명원로인 아버지 간의 인연으로 어린시절부터 시진핑과 친분을 쌓은 장유샤는 오랫동안 시진핑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중국 지도부의 ‘칠상팔하’ 관례(67세 현직, 68세 퇴임)를 깨고 2023년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을 연임하며 실권이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중화권 반중 매체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불화설이 돌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군부 내에서 ‘장유샤 계파’와 동부전구(東部戰區) 출신 장교들 사이의 권력 다툼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장유샤가 우위를 점하자 시진핑이 그를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미국 트럼프 1기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소셜미디어에 ‘시진핑 실각설’을 제기했을 때도 장유샤가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장유샤 견제 세력으로 알려진 먀오화 중앙군사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과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잇따라 낙마하자 ‘장유샤가 군부에서 시 주석 측근들을 내쫓았다’는 확인 안된 소문이 돌기도 했다. 먀오화는 푸젠성 31집단군 출신으로, 시진핑이 푸젠성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온 인물이다.
장유샤와 류전리까지 낙마하면서 중앙군사위에서 살아남은 인사는 지난해 말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 한 명이다. 중앙군사위는 시진핑을 군사위 주석으로 두고, 부주석 2인과 위원 4명 등 7인으로 구성된다. 2023년 ‘로켓군 대숙청’ 국면에서 리상푸 국방부장(장관) 겸 중앙군사위원이 가장 먼저 실각했고, 2024년 말에는 먀오화가 낙마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허웨이둥 실각이 공식화됐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이 2027년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 달성을 위해 장유샤를 서둘러 정리하고, 군부 성과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상 군 고위급 숙청은 처분과 신병 이송까지 한꺼번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입건’ 단계부터 관영 매체를 통해 급박하게 메시지를 쏟아냈다. 장유샤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앙군사위 상장 진급식에 참석했고, 지난 12일에는 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진핑은 당·군·정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내년 가을 21차 당대회에서 4연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수뇌부 물갈이로 인해 중국의 군사력 증강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은 건군 100주년까지 미국에 필적하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제시해 왔지만, 잇단 숙청으로 군 사기가 저하되고 지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니스 와일더 교수는 “현재 상황은 미국 합동참모본부에 장군이 단 한 명만 남은 것과 같다”고 했다. 대만 안보당국자는 “중국 지도자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군이 내부 압력을 (대만을 겨냥한) 외부 갈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전군을 향해 “사상·정치·행동 면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앙당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하라”고 했다. 내부 동요와 집단 불복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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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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