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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용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 “자만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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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용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 “자만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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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주 삼성그룹 임원 세미나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가 공유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최근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위기 극복에 매진해달라는 당부일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열린 비슷한 임원 세미나에서는 “생존의 문제” “사즉생의 각오”라는 직설적 메시지로 조직에 강한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돌파하며 반등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도 332조77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주가도 사상 최고 행진을 했다. “삼성이 부활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삼성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19년 전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제기한 ‘샌드위치 위기론’을 다시 꺼낸 것이다.

삼성전자 실적이 반도체 경기 회복을 타고 크게 개선됐지만, 스마트폰이나 TV 등 세트 사업은 중국 기업의 공세로 여전히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이 반도체 관세와 투자 압박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독주와 중국 기업의 맹추격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 중국 대만 등으로 경쟁 구도만 달라졌을 뿐 ‘샌드위치 신세’라는 점은 그대로다.

반도체 호황에도 미국 대표 기업 인텔 주가는 최근 17% 급락했다. 미 정부가 반도체 부활을 위해 지분을 인수하고 파운드리 공장 건설까지 지원했지만, 인텔은 부진한 실적 전망과 낮은 수율로 실망감을 줬다. 한때 최고였던 인텔 같은 글로벌 기업도 한번 삐끗하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24시간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계 시장의 현실이다.

삼성은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세미나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에게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패를 전달한다. 강한 실행력과 성과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달라는 이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 대표 기업의 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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