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
중국군 서열 2위인 장유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 숙청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이번 숙청으로 ‘시진핑 3기’ 군 지도부가 와해됐다. 중국군은 장 부주석과 류 위원의 숙청 배경으로 시진핑 국가주석 집중 체제의 훼손을 지목했다.
중국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25일 사설에서 “장유샤와 류전리는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 의 신임을 심각하게 저버리고, 군사위 주석책임제를 심각하게 유린·파괴했다”며 “군에 대한 당의 절대 영도에 영향을 주고 당의 통치 기반을 위협하는 정치·부패 문제를 조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반부패 숙청으로 낙마한 군 간부들의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두 사람이 시 주석의 체제에 도전했다는 뜻이다.
군사위 주석책임제는 시 주석이 집권 1기인 2014년 전군정치공작회의를 통해 재확립한 원칙이다. 당이 군을 이끈다는 것이 중국의 군 운용 원칙 근간인데, 시 주석은 군사위 주석책임제를 통해 군을 통솔하고 국방문제를 결정할 권한을 ‘당’에서 자기 자신으로 한층 집중시켰다. 시 주석은 이듬해인 2015년부터 본격적인 군 개혁과 반부패 숙청을 진행했다.
중국 국방부는 전날 장 부주석과 류 위원의 조사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조사를 수행하는 기구를 밝히지 않고 “당 중앙의 연구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웨이둥 전 부주석 등 앞서 낙마한 인사들의 경우 군내 기구인 중앙군사위 기율·감찰기구가 입건 조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의 처분에 군은 배제되고 당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장 부주석의 숙청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는 지난달 22일 열린 동부전구·중부전구 사령과 진급식에 참석했고 지난 12일 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당의 장관급 간부 대상 4중전회 정신 학습 세미나엔 불참했다. 공식 행사 불참 나흘 만에 숙청 사실이 공표된 것이다.
1950년생인 장 부주석은 시 주석보다 3살 많으며 산시성 동향 출신이다. 그의 부친 장중쉰은 국공내전 시기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과 함께 싸웠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주석은 1979년 중·월 전쟁에 참전해 실전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시 주석은 이런 점들 때문에 장 부주석을 신뢰해 2023년 제20기 당대회에서 68세 은퇴하는 관례를 깨고 그를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연임시켰다고 알려졌다.
장 부주석과 류 위원의 숙청은 ‘부패 문제’보다는 ‘권력 투쟁’이나 ‘통치 시스템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의 한 중국 전문가는 “당 군사위 해체는 유례없는 일”이라면서 “지난해 시 주석의 측근들이 숙청될 때만 해도 ‘부패한 경우 측근이나 고위직 예외없이 숙청한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범주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시 주석은 ‘주석 책임제’를 통해 2015년부터 군을 완전히 장악했고 이번 중앙군사위 구성도 당의 중지를 모은 결과가 아니라 혼자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조치로 시 주석이 임명한 사람들이 한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 부패 대상이 됐다. 권력투쟁을 넘어서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 “시 주석이 권력을 잡기 시작한 초기 이후 중국 정치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와일더 교수는 그동안의 군 숙청으로 장 부주석에 권력이 집중되자 시 주석이 경계심을 가졌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최측근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임 인사를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가 남았다고 부석했다.
군 지도부가 완전히 와해된 상황에서 중국이 대대적인 군사 활동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공석이 된 자리를 두고 충성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젊은 장교들이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회색지대 전술을 통한 모험적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