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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화가 레퍼런스가 되길” ‘프로젝트 Y’ 한소희·전종서 [인터뷰]

헤럴드경제 손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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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화가 레퍼런스가 되길” ‘프로젝트 Y’ 한소희·전종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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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Y’ 미선·도경 役 한소희·전종서
위험천만 쫓기고 쫓기는 두 여자의 여정
“미선과 도경의 밸런스 맞추며 연기 중점”
“여성 서사 작품 더 활발히 제작되길 바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프로젝트 Y’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흥업소 에이스 미선(한소희 분)과 그를 싣고 달리는 콜뛰기 도경(전종서 분)은 친자매와 다름없는 친구다. 이들은 한집에 같이 살며, 낮보다 화려한 화중시장의 밤거리로 출퇴근하는 일상을 함께 한다. 미선에게 일터로 향하는 길은 볕 들 일 없는 밤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이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빌라도 사고, 꽃집도 인수했다. “자기 인생 자기가 구하는 거야.”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미선의 꿈은 ‘빌라 사기’를 당하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악랄한 손길은 미선과 도경의 마지막 희망까지도 송두리째 앗아간다. 모든 것을 잃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서로다. 이들은 그들의 전부를 앗아간 토사장(김성철 분)이 어딘가 묻어놓았다는 거액의 돈을 훔치기로 한다. 그리고 희망과 목숨을 모두 건 두 여자의 이 위험천만한 작전은 성공한다. 그들에겐 이제 7억의 돈과 값어치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금덩이들이 있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다. 미선과 도경은 돈과 금을 무사히 지키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들은 평생을 함께한, 애증의 화중시장의 밤거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Y’는 내세울 것 없는 변변찮은 인생에도, 서로를 의지해 걸어가는 두 여자의 욕망과 연대가 뒤섞인 한탕 작전을 그린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주인공들이 이끄는 버디 무비다. 그 가운데는 연약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미선’과 거칠어 보이지만 곧 깨져버릴 유리 마냥 아슬아슬한 ‘도경’이 있다. 프로젝트 Y의 두 주역 한소희와 전종서를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각각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미선은 어리숙한 생각으로 밤거리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일이 절박한 인물은 아니에요.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이 남들과는 좀 다르죠. 연기를 할 때도 ‘나는 남들과 달라’란 태도를 가져가려 했던 것 같아요.”(한소희)

“도경을 통해서 아슬아슬한 느낌을 연기해 보고 싶었어요. 강하고 터프해 보이지만, 계속 보고 쫓아가다 보면 누구보다 섬세하고, 위태롭거든요. 말랑해보여도 강단 있는 미선이의 데칼코마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전종서)


작중 두 주인공이 둘도 없는 친구인 것처럼, 한소희와 전종서는 동갑내기 친구다. 전종서는 “소희 배우와 저에게 절묘한 타이밍에 들어왔던 시나리오”라면서 “이거 한번 해보면 너무 재미있겠다, 의기투합해서 찍었다”고 했다. 한소희는 “종서 배우의 연기가 가진 날 것의 느낌과, 내가 가진 날 것의 연기가 함께 담기면 어떠한 느낌이 될지에 대한 기대감에 캐스팅 승낙을 했다”고 말했다.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추운 겨울에 촬영됐다. 심지어 촬영은 대부분 밤에 이뤄졌다. 온기라곤 없는 시린 겨울밤, 유독 빡빡했던 촬영 스케쥴을 버텨낼 수 있있었던 건 의지할 수 있는 역시나 친구의 존재가 컸다. 가장 힘들었던 신은 돈이 묻힌 무덤을 미선과 도경이 파는 신이었다고. 실제 극 중 두 여자는 민소매 차림으로 공꽁 얼어붙은 땅에 쉬지 않고 삽을 내리꽂는다. 전종서는 “진짜 힘들고 추웠는데, 영화에 조금밖에 안 담겨서 쉽다”며 웃었다.

“연기를 할 때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모든 것이 여유로웠던 촬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서로 의지하고, 으쌰으쌰하면서 찍었어야 했던 상황이라 필사적이었던 것 같아요. 둘 중의 하나라도 지치면 안 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소희 배우에게 더 고마웠던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전종서)


연기 호흡도 그랬다. 누구 하나 지나치게 튀는 법 없이, 두 캐릭터를 비슷한 톤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것은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설정이 친구 사이다 보니 대본이 있어도 함께 연기할 때만큼은 진짜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그런 부분이 종서 배우와 함께해서 가장 좋았던 점 같아요. 애드리브나 그런 것도 빠르게 흡수하고 잘 받아주는 친구라, 그 덕에 티키타카도 무리 없었고요.”(한소희)

[앤드마크 제공]

[앤드마크 제공]



“그간 혼자하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특이하게 이 영화는 끝이 났을 때 도경이와 미선이가 같이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둘의 밸런스가 같았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죠.”(전종서)

지난해, 두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작품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메가폰을 잡은 이환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하고 세련된 연출과 아이코닉한 두 여배우의 만남으로 완성된 ‘프로젝트Y’는 감각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여성 서사의 영역을 더욱 확장한다. 한소희는 “우리의 영화가 어떤 레퍼런스(참고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큰 꿈일 수도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누아르나, 아니면 다양한 장르에서도 여성이 이끄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라요. 무엇보다 한국 영화 현장에 우리 영화가 보탬이 되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한소희)

“여배우들이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좋은 시나리오와 작품들, 그걸 연출해 주시는 좋은 연출가와 제작자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서사가 설 자리가 없던 시기도 있었잖아요. 그런 움직임들이 있고, 그것을 지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전종서)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배우에게 영화 ‘프로젝트Y’는 각별하다. 친구와 함께 ‘친구’를 연기하는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고, 동시에 배우로서 연기적인 스펙트럼도 한층 더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도전과 용기. 배우로서의 미래에 대한 물음에 대한 두 배우의 답변에서, 조금은 달라진 온도가 느껴졌다.

“이젠 그 어떤 대본이 저에게 찾아오더라도 용기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게 오는 대본들이 대부분 싸우거나, 부모님이랑 안 좋거나, 죽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지점들이 합당하다고 느끼면 도전해야지 하는 마음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한소희)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작품과 연기에요. 이번 영화는 아마 거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연기와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관객분들을 찾아뵙게 되지 않을까요. 연기에 대해서 조금은 신중해지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전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