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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 나가" 분야 최고되려면… 韓 '석학'들은 이렇게 말했다

머니투데이 박건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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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 나가" 분야 최고되려면… 韓 '석학'들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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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림원 정회원 된 각양각색 과학자 3人 인터뷰
김현정 서강대 교수·신석우 UC버클리 교수, 이사로 지질자원연 책임연구원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신석우 UC버클리 수학과 교수, 이사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자원융합지식본부 책임연구원/사진=한국지질자원연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신석우 UC버클리 수학과 교수, 이사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자원융합지식본부 책임연구원/사진=한국지질자원연



"네트워크에 집중해 상호 신뢰를 쌓아야죠." (김현정 서강대 교수)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뛰어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사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늘 해오던 것을 넘어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눕니다." (신석우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 석좌 교수)

올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정회원에 선임되며 자타공인 '석학 반열'에 오른 연구자 3명은 2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제언했다. 한림원은 한국 과학기술 분야 최고 석학 단체다. 전공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학자 중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학자를 선별해 정회원에 선임한다. 이들은 중대한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와 국회에 자문을 제공한다.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한국 물리학계가 배출한 첫 여성 정회원이다. 김 교수는 방사광가속기와 X-선 관찰을 통해 머리카락보다 얇은 나노 단위에서 원자 수준의 변화와 움직임을 규명한다. 김 교수는 "(첫 여성 회원이라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한국 물리학계 여성 교수 비율은 10% 미만,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분을 합쳐도 약 13%에 머무르는 수준이지만, 지금은 서강대만 해도 자연과학부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여학생"이라며 "학부생보다 연구자 비율이 낮은 건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없는 제약을 맞닥뜨린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기초과학 자체를 꾸준히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여성 연구자 측면에서는 결혼·출산·육아와 같은 대표적인 경력단절 시기를 무사히 지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각종 정부 회의체를 비롯해 방사광가속기 분야 국제 네트워크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네트워크를 넓혀야 후배 연구자들이 더 좋은 시설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다"며 "소수의 인재가 연구에 과거보다 좀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 및 신입회원패 수여식 현장 /사진=박건희 기자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 및 신입회원패 수여식 현장 /사진=박건희 기자



AI 기반 지질 예측 연구의 대가인 이사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자원연) 책임연구원의 'H인덱스'는 최근 '100'을 넘겼다. 발표한 논문 중 피인용 횟수가 100회 이상인 논문이 100건 이상이라는 뜻이다. H인덱스가 '50'만 넘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본다.' 100'을 넘긴다는 건 이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 박사는 GIS(지리정보시스템)와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산사태·땅 꺼짐과 같은 지질 재해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왔다. 그는 "박사 논문을 쓰던 25년 전 AI를 연구에 처음 활용했고 본격적으로 AI를 도입한 건 약 10년 전"이라고 했다. 지구과학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게 흔치 않았던 만큼, 지반 예측 모델 등을 다루는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드물었다.

그는 "아무도 하지 않으니 연구할 것도 많고 발표할 논문도 많았다"고 했다. 10여년이 흘러 지구과학 분야에서도 많은 사람이 AI 연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박사의 논문은 거의 유일한 참고 문헌이 됐다. 이 박사는 "H인덱스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00'을 넘었다"고 했다. 이 박사는 "(과학 연구는) 남들보다 약간 한발 앞서서 할 필요가 있다"며 "누가 먼저 '블루오션'을 찾아 선도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신석우 미국 UC버클리대 수학과 교수·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석학교수가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 및 신입회원패 수여식에서 신입회원패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유튜브

신석우 미국 UC버클리대 수학과 교수·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석학교수가 22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 2026년 신년 S&T(과학기술) 융합 포럼 및 신입회원패 수여식에서 신입회원패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유튜브



1995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전 문항 만점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17세 수학 천재'는 30여년이 지난 현재 국제 수학계 석학이 됐다. 신석우 미국 UC버클리 수학과 교수는 "주로 미국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방학마다 한국을 오가며 수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신 교수는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석학교수도 겸한다.

신 교수는 '랭글랜즈 프로그램'의 대가다. 수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수론', 주파수와 함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조화해석학', 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대수기하학'처럼 서로 다른 수학 영역을 서로 연결하는 게 랭글랜드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신 교수는 이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물리·수학 부문 삼성호암상을 받았다.

'천재 수학자'는 혼자 골똘히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것 같지만, 신 교수는 오히려 "다른 수학자의 연구, 또 다른 주제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도 우연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한다. 신 교수는 "공동 강연을 하게 된 다른 수학자와 사전 논의 없이 각자 아이디어를 준비해 갔는데, 이야기해보니 두 사람의 생각에 교차점이 많았다. 연결고리를 발전시키기 위한 토론을 며칠째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일견 논리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른 주제에서 찾아오기도 한다"며 "(늘 해오던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재미를 느끼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연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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