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모씨(34)는 매달 AI 서비스 구독료로만 약 15만원을 지출한다. 업무용인 챗GPT(20달러)와 검색용 퍼플렉시티(20달러),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30달러), 동영상 제작 AI 루마(30달러) 등을 각각 결제하고 있어서다. 이씨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보다 훨씬 비싸지만 업무 효율을 위해 하나도 포기하기 어렵다"며 "가격 부담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AI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구독 피로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현재 주요 프리미엄 AI 서비스의 월 구독료는 대부분 20~30달러(약 2만7000~4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분야별로 3~4개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월 지출액은 금세 10만~20만원을 넘어선다. 과거 케이블TV 채널이 파편화되다 OTT로 통합됐듯, AI 시장에서도 '언번들링(Unbundling)'을 지나 다시 하나로 묶는 '리번들링(Re-bundling)' 요구가 거세지는 배경이다.
이런 수요를 공략해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곳은 글로벌 AI 통합 플랫폼들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젠스파크는 오픈AI의 GPT-4o, 앤스로픽의 클로드 3, 구글의 제미나이 등 글로벌 대형 모델들을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제공한다. 젠스파크를 구독하면 검색은 물론 이미지·영상 생성 기능 등을 통합 이용할 수 있다. 개별 AI를 각각 구독할 때보다 비용 부담을 크게 낮췄다.
쿼라(Quora)가 내놓은 AI 플랫폼 '포우(poe)' 역시 'AI 번들링' 선구자로 꼽힌다. 이들 플랫폼은 단순히 모델을 모아놓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가장 적합한 AI를 자동으로 매칭해주는 '지능형 번들링'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방대한 가입자 기반을 무기로 'AI 번들' 경쟁의 선봉에 섰다. 통신 요금제만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해지자, 고가의 AI 이용권을 보조금처럼 활용해 가입자를 묶어두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이 글로벌 AI 검색 유니콘 '퍼플렉시티'와 손잡고 자사 고객에게 연 200달러 상당의 프로 이용권을 1년 무상 제공하며 대규모 가입자와의 접점을 확대했다. AI 비서 '에이닷'을 통해 GPT, 클로드 등 7종의 모델을 골라 쓸 수 있게 한 '멀티 에이전트' 전략으로 개별 구독 수요를 흡수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구글 AI 프로' 제휴 상품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특정 요금제 가입자에게 제미나이(Gemini) 3와 2TB 클라우드 이용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구독 플랫폼 '유독'을 통해 AI와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1만원대 패키지'로 실용적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AI 시장 경쟁 축이 '기술력'에서 '패키징'으로 이동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압도적인 모델 성능이 중요했다면, 이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비용 효율성과 사용 편의성이 가입자 유지(Retention)의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이 가격 인상(스트림플레이션)과 번들 요금제로 재편됐듯이 AI 시장도 개별 구독의 시대를 지나 통합 요금제와 결합 상품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누가 더 매력적인 AI 군단을 저렴하게 묶어내느냐가 향후 플랫폼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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