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우울증이 스트레스, 번아웃이랑 같냐?” 버럭 외친 남편...500만명 울렸다

서울경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원문보기

“우울증이 스트레스, 번아웃이랑 같냐?” 버럭 외친 남편...500만명 울렸다

속보
美언론 "미네소타서 연방요원 총격 당한 남성 사망"
보건복지부 제작 숏드라마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어요’
유튜브 공개 한달여 만에 누적 조회수 500만 회 돌파
‘의지의 문제’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우울증 조명
전문의 자문 거쳐 ‘현실적 위로’…댓글창 ‘치유의 장’으로


“제가 보기엔 스트레스, 번아웃 뭐 그런 거거든요. 요새 안 힘든 사람이 어딨다고, 다 힘들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형이랑 나도 우울증이네. ”

“뭐, 인마. 우울증? 제 정신이야? 우울증이랑 스트레스랑 번아웃이랑 같애? 그럼 그게 왜 따로 있는 건데?”

술에 취해 몸도 가지 못하던 남편이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뭐가 다르냐’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버럭 외친다. 우울증은 스트레스, 번아웃 과 엄연히 다른 병이라고.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19일 유튜브에 공개한 숏드라마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어요’의 중반부에 나오는 장면이다.

24일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약 22분 분량의 이 숏드라마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누적 조회515만 회를 기록했다. 영상이 공개된지 한 달여 만에 누적 조회수 500만 회를 돌파했고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번 캠페인 영상은 단순히 우울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가정에 찾아온 우울증과 그 곁을 지키는 가족의 고군분투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우울증을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인 ‘생물학적 질병’임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 속 남편 ‘인혁’이 아내를 비난하는 대신 우울증을 공부하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모습은 수많은 환자 가족에게 실질적인 위로와 함께 ‘어떻게 함께 걸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의지 문제야. 그냥 막 살다 보면 우울하고 그런 건 문제가 하나도 안 돼.”

아들을 걱정한 나머지 우울증에 걸린 며느리의 의지를 들먹이는 모친에게 ‘우울증은 그런 게 아니다”라며 정색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단연 명장면으로 꼽힌다. 실제 영상에 달린 댓글의 상당수는 남자주인공 ’인혁‘을 향해 있다. “저런 남편은 현실에 없다”며 자조 섞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저런 남평이라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겠다“, “이 영상을 보고 그냥 엉엉 울었다”와 같이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공기관이 제작한 영상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넘어, 국민들이 서로의 아픔을 꺼내 놓고 보듬어주는 ‘자발적인 연대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을 통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서로에게 추천하거나 본인의 회복 경험을 공유하는 등 영상을 계기로 살아있는 상담 공간이 형성돼 가고 있다.


이번 숏드라마가 국민들의 가슴을 깊게 파고든 배경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심도 있는 자문을 거치는 등 치밀한 준비에 있었다. 보건복지부 디지털소통팀은 기획 단계부터 우울증 환자 가까이에 있는 주변인들이 우울증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특히 “나도 사실은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있다”는 솔직한 공유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는 메시지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내뱉었던 ‘가짜 괜찮음’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소통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평이다.

복지부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영상 속 숨겨진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번호를 찾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며 국민들에게 정책 정보를 친숙하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4시간 열려 있는 ‘109’는 혼자 감당하기 벅찬 순간, 혹은 가족과 지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망설여질 때, 국민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가장 먼저 연락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 밧줄이다.

현수엽 복지부 대변인은 “노란 토마토 꽃에서 초록색 토마토가 열린 후 빨간 토마토로 익게 된다는 영상 속 대사처럼, 우울증 회복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마법은 아니지만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도움만 있다면 반드시 회복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일상에 닿는 따뜻한 콘텐츠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