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36>
알리바바·틱톡 등 60만 개 주문
엔비디아 35조, HBM 2.4조 추산
SK와 삼성이 물량 나눠가질 듯
SK 완판 속 삼성 낙수효과 전망 커
알리바바·틱톡 등 60만 개 주문
엔비디아 35조, HBM 2.4조 추산
SK와 삼성이 물량 나눠가질 듯
SK 완판 속 삼성 낙수효과 전망 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H200 사재기에 나선다. 초도 물량만 60만 개, 금액으로 35조 원 규모다. 엔비디아 칩 확보를 위한 중국의 다급한 움직임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수급난을 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생산 물량이 이미 동난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웃도는 낙수효과를 누릴 것이란 시나리오가 힘을 얻는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최근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자국 주요 기업에 엔비디아 H200 구매 준비를 원칙적으로 승인했다. 이는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수요를 당국이 묵인해주는 형태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중 제재가 강화되기 전 막차를 타려는 중국 기업과 실리를 챙기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본다.
中 빅테크 4곳이 60만 개 싹쓸이
초도 물량만 35조원 규모 될 듯
초도 물량만 35조원 규모 될 듯
H200 60만 개는 중국 빅테크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란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와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각각 20만 개 이상을 주문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와 바이두 등 나머지 중국 빅테크의 수요를 합치면 60만 개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숫자란 게 대체적 설명이다.
중국 빅테크의 H200 구매 비용은 약 35조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H200 개당 가격을 4만 달러로 가정하고 환율은 1460원으로 계산했다. H200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HBM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만 따로 떼어내도 조 단위 현금 흐름이 생긴다.
특히 HBM 시장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HBM3E(5세대)는 수요 폭발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며 가격이 오름세다. 기존 대비 판가가 10~20%가량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격 상승분’을 중국발 물량에 적용하면 HBM 판매액은 2조 4000억 원대가 될 전망이다.
시나리오 A, 업계 선두 SK 우위 지속
엔비디아 선호도 반영해 삼성 7000억
엔비디아 선호도 반영해 삼성 7000억
국내 업체 별 수혜 정도는 어떻게 될까. 첫 번째는 엔비디아가 공급 안정성 보다 품질을 최우선해 SK하이닉스 물량을 고집하는 경우다. 현재 HBM3E에서 가장 높은 수율과 신뢰성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전체 중국발 물량의 60%를 가져간다고 가정했다. 가격 상승분과 고환율 효과를 더해 SK하이닉스는 약 1조 4400억 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전망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나머지 물량의 30%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가 주력 공급사인 SK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원화 정책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예상 매출은 7200억 원 수준이다.
시나리오 B, SK ‘공급 절벽’ 현실화
삼성전자, 유일한 대안 1.6조 수혜
삼성전자, 유일한 대안 1.6조 수혜
주목할 것은 두 번째 시나리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때 “2026년 HBM 물량이 완판(솔드아웃·매진)”이라고 공식화했다. 라인을 모두 돌려도 기존 약속된 물량 외에 추가로 대기 벅찬 상황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가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중국 물량의 20%만 방어적으로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역전된다. 마이크론 역시 생산 능력(CAPA) 증설 속도가 더뎌 10%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갈 곳 잃은 나머지 70%의 막대한 물량은 삼성전자로 향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H200을 팔기 위해 생산 여력이 있는 삼성 HBM을 써야만 하는 구조다.
이 시나리오에서 삼성전자의 예상 HBM 판매액은 1조 6800억 원까지 치솟는다. 단순한 낙수효과를 넘어 중국발 H200 공급망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회복할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빅테크들은 미국의 추가 제재 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웃돈을 줘서라도 H200을 당기려 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공급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조 단위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궁금한 사항이나 건설적인 논의, 제안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메일 gap@sedaily.com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후속 취재해 다음 시리즈에 반영하겠습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