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당선 소식을 듣고 1~2주는 당황스러움과 불안감에 휩싸인 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뭘 보고 뽑으신 거지? 이 혼란을 누구에게 털어놔야 할지 몰라 챗GPT에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김선준(35)씨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춘문예 당선 후 불안을 잠재운 일화를 소개했다. “챗GPT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춘문예는 완성된 작가를 뽑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써나갈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너의 작품이 뽑힌 것은 네가 어떤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지점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라고요.” AI가 신춘문예 정신의 핵심을 찔렀다.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3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김씨를 비롯해 시 연우(필명·30), 희곡 이한주(22), 동화 황채영(21), 시조 이수빈(20), 동시 송우석(39), 문학평론 오경진(35), 미술평론 강희구(29)씨가 각각 상패와 메달, 당선자 고료를 받았다. 심사위원 정끝별·유희경 시인(시), 조경란·서이제 소설가, 박인성 문학평론가(단편소설), 임선옥 연극평론가(희곡), 송재찬 동화 작가(동화), 정수자 시조시인(시조), 이준관 아동문학가(동시), 우찬제 문학비평가(문학평론), 이선영 미술평론가(미술평론), 조선일보사 방준오 사장·홍준호 발행인이 참석해 축하를 나눴다.
당선자들은 이미 글쓰기의 즐거움을 맛본 이들이었다. 이한주씨는 “막연하게 머릿속에만 맴돌고 정의되지 않던 감정들이 장면이 되고 인물이 되어 글의 형태로 갖추어 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글을 쓰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올해 최연소 당선자인 이수빈씨는 “시조를 쓰는 일은 저에게 눈맞춤 같다”며 “형식에 맞춰 단어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도망칠 구석 없이 솔직한 단어로 수렴한다”고 했다. 황채영씨는 “동화를 쓰는 일은 지나간 시간을 불러올 수 있다”며 “타임머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동화를 쓰며 어린 나와 상호작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아이와 계속 대화하고 공감하며 서로 아껴주고 싶다”고 했다.
23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2026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들이 상패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오경진(문학평론), 연우(시), 황채영(동화), 이한주(희곡), 이수빈(시조), 강희구(미술평론), 김선준(단편소설), 송우석(동시). /장경식 기자 |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3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김씨를 비롯해 시 연우(필명·30), 희곡 이한주(22), 동화 황채영(21), 시조 이수빈(20), 동시 송우석(39), 문학평론 오경진(35), 미술평론 강희구(29)씨가 각각 상패와 메달, 당선자 고료를 받았다. 심사위원 정끝별·유희경 시인(시), 조경란·서이제 소설가, 박인성 문학평론가(단편소설), 임선옥 연극평론가(희곡), 송재찬 동화 작가(동화), 정수자 시조시인(시조), 이준관 아동문학가(동시), 우찬제 문학비평가(문학평론), 이선영 미술평론가(미술평론), 조선일보사 방준오 사장·홍준호 발행인이 참석해 축하를 나눴다.
당선자들은 이미 글쓰기의 즐거움을 맛본 이들이었다. 이한주씨는 “막연하게 머릿속에만 맴돌고 정의되지 않던 감정들이 장면이 되고 인물이 되어 글의 형태로 갖추어 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글을 쓰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올해 최연소 당선자인 이수빈씨는 “시조를 쓰는 일은 저에게 눈맞춤 같다”며 “형식에 맞춰 단어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도망칠 구석 없이 솔직한 단어로 수렴한다”고 했다. 황채영씨는 “동화를 쓰는 일은 지나간 시간을 불러올 수 있다”며 “타임머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동화를 쓰며 어린 나와 상호작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아이와 계속 대화하고 공감하며 서로 아껴주고 싶다”고 했다.
신춘문예 당선은 언어란, 문학함이란 무엇인가를 끈질기게 고민한 결과였다. 강희구씨는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명징한 언어와 단단한 표현을 버팀목 삼아 순간순간을 살아왔다”며 “10년 전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했다”고 했다. 송우석씨는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순간들이 제게는 늘 배움의 자리였고, 그 경험이 제가 글을 쓰는 방식에도 깊이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연우씨는 “언어를 잃은 자, 언어를 빼앗긴 자들을 위해 문학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그 어떤 슬픔이나 재난 속에서도 쓰기 위해 끝까지 세상을 바라보겠다”고 했다.
담대한 포부를 밝힌 당선자도 있었다. 일간지 기자인 오경진씨는 문학과지성사의 창립 멤버인 김병익 문학평론가를 롤모델로 삼아 “감히 그 길을 따라가 보려 한다”고 했다. “문학을 향한 애틋함을 갖고 나름의 세계에서 고투하고 있을 작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 그것이 문화부 기자이자 평론가였던 김병익 선생님의 삶이 아니었을까요.”
우찬제 문학비평가가 심사위원 대표로 축하의 말을 전했다. “프랑스 정치사상가 토크빌은 ‘과거가 미래를 비추는 빛을 잃으면 인간 정신은 어둠 속에서 방황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 바꾸어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문학이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비추는 빛을 잃으면 인간 정신은 어둠 속에서 방황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새로운 출발선에 선 당선자 여러분이 그 미래를 비추는 촛불이 되고 횃불이 될 것을 믿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2026 신춘문예 시상식'이 진행됐다. 당선자들과 심사위원, 주요 내빈들이 나란히 섰다. /장경식 기자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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