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에 제출한 국제투자 분쟁 중재의향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오크스와 알티미터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을 제기했다. 무역법 301조에 따라 쿠팡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무역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청구를 제기한다는 중재의향서도 한국 정부에 보냈다. 쿠팡 사태를 한·미 통상분쟁으로 끌고 가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획책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정보 유출을 구실로 노동 등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쿠팡을 전방위로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한국 및 중국의 대기업 경쟁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다. 이들은 중재의향서에서 “쿠팡은 중국 정부, 더불어민주당, 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 내 중국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며 “쿠팡이 한국 및 중국 경쟁사들의 오래된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정부는 행정권력을 무기화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국을 위협으로 여기는 미국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 분쟁을 끌어내려는 속셈일 것이다.
중국 운운하는 이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쿠팡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는 이들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사실상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털린 사태를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히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건 정부와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SK텔레콤·KT 같이 비슷한 일을 겪은 국내 대기업들도 엄히 조사·제재했다. 오히려 책임 회피·사태 축소·국회 청문회 불참까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반쿠팡·탈쿠팡 여론을 키운 것은 쿠팡이다. 다 자업자득이라는 얘기다. 쿠팡 산재 사망, 입점업체 갑질,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당국 대응도 그 심각성에 비추어 늦었으면 늦었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이것도 하지 말라는 건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 ‘규제 주권’을 포기하라는 거나 다름없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번 청원에 대해 45일 안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미 하원 주요인사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쿠팡에 대한 차별은 전혀 없으며,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조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이 기조대로 쿠팡의 정보유출과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가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미 당국자와 의회에 제대로 알려 혹여라도 통상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쿠팡의 정보유출 사태 등에 대한 조사·수사는 그것대로 흔들림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쿠팡도 제대로 된 반성·사과 없이, 국내 사법 질서를 무시하며, 돈은 한국서 벌고 미국 기업 행세하는 식의 대응은 한국 소비자들 반감만 더욱 키울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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