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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자 재건 계획 발표…트럼프가 말한 ‘중동의 리비에라’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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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자 재건 계획 발표…트럼프가 말한 ‘중동의 리비에라’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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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재러드 쿠슈너가 가자지구 재건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재러드 쿠슈너가 가자지구 재건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고층 건물들이 지중해안을 따라 세워지며 가자 곳곳에는 대규모 주거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은 “중동의 리비에라”를 건설할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연단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2026 연례 회의’라는 이름을 걸고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쿠슈너는 “처음에 우리는 자유 지대와 하마스 지대를 두는 방안을 고려”했다가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기로 했으니 “재앙적인 성공” 즉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성공을 목표로 계획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슬라이드로 만들어 공개한 “뉴 가자” 종합 계획의 청사진을 보면 지중해와 맞닿은 가자지구 해안을 따라 길게 관광지대가 건설되며 여기에는 고층 타워 180개가 들어서게 된다. 크게 4단계로 구성된 재건 계획은 현재 이스라엘의 통제에 놓인 남쪽 라파에서 시작해 북쪽 가자시티에서 마무리된다. 지도 속 가자는 7개 주거지역으로 나뉘고 중간중간 녹지로 채워지며 산업시설과 데이터센터 등이 주거지역 인근에 배치됐다.



또 “뉴 라파”에는 10만 가구를 수용하는 주거지역을 비롯해 교육기관 200여개, 문화·종교·취업 시설 180여개, 의료시설 75여개가 지어질 계획이라고 했다.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발표된 가자 재건 종합 계획 슬라이드에 제시된 지도. abc 방송 화면 갈무리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발표된 가자 재건 종합 계획 슬라이드에 제시된 지도. abc 방송 화면 갈무리


쿠슈너는 이미 잔해를 옮기기 시작했고 철거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100일 동안 상하수도, 전기 시스템 등 기본 인프라 복구 등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종합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250억달러(약 36조7천억원)가 투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쿠슈너는 몇주 뒤 워싱턴에서 민간 부문의 상대로 가자지구 투자 콘퍼런스를 열 방침이다. 그는 이 회의에서 “앞으로 이뤄질 많은 기여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가자지구에 투자하는 게 “리스크가 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엄청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다독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말 쿠슈너가 공개한 내용과 거의 유사한 슬라이드를 보도했는데, 당시 이 매체는 미국이 가자 재개발 프로젝트에 20%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 언급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



우선 새로 건설될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떻게 정착해 살지 다루지 않았다. 앞서 미국 쪽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킬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전쟁 중에 집과 사업체, 생계를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산권이나 보상 같은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 다수가 임시 천막이나 파괴된 건물에서 지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거창한 계획이 실행될 현실적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요구하며 가자 평화계획 2단계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무장해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 2단계에서 함께 이뤄져야 할 이스라엘의 철군 역시 요원한 상태다. 평화계획 1단계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가자지구는 절반 이상이 이스라엘의 점령하에 있다. 게다가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물러간 자리에 가자의 안정을 지킬 다국적 평화유지군 구성도 진척이 없다.



게다가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전쟁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쿠슈너가 가자 재건을 얘기한 이날에도 가자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탱크 포격으로 가자시티 동부 외곽의 자이툰 등에서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남자 어린이 2명과 언론인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가자보건당국은 지난 10월 가자 전쟁 휴전이 발효한 뒤에도 480여명의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졌다고 밝혔다.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발표된 가자 재건 종합 계획 슬라이드의 한 장면에 가자지구 해안에 고층 건물이 늘어서 있다. abc방송 화면 갈무리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평화위원회(BoP) 헌장 서명식 뒤 발표된 가자 재건 종합 계획 슬라이드의 한 장면에 가자지구 해안에 고층 건물이 늘어서 있다. abc방송 화면 갈무리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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