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하 가정연합) 내부 문건에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정치인들의 이름이 다수 언급돼 있으며, 아베 전 총리가 재임 중 가정연합 간부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가정연합 내부 문건으로 알려진 이른바 ‘TM(True Mother,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를 지칭) 특별보고서’를 번역·분석한 결과 가정연합 간부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중 적어도 5차례 만났다는 내용을 포함해 아베 전 총리에 관한 언급이 500여 차례 기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언급은 32회로 나타났다. 마이니치는 자민당 의원에 관한 기술이 다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정치권과 가정연합의 접촉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가정연합 간부들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한 총재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대부분 한글로 적혀있다. 일본 관련해서는 주로 일본의 정치 상황에 대해 한 총재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 검찰이 한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 등에 대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보고서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해 9월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마이니치는 아베 전 총리가 가정연합 간부들과 만난 사례로 도쿠노 에이지 가정연합 전 회장 등 간부들이 2019년 7월 2일 오전 11시 20분 아베 전 총리,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과 만나 이틀 뒤 공시를 앞둔 참의원 선거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가정연합 간부들이 자민당 파벌 중 호소다파(후의 아베파) 현직 의원들을 지원하면서 조직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하자 아베 전 총리 등이 매우 기뻐하고 안심했다는 내용이다. 마이니치는 매일의 총리 동정을 기록하는 마이니치신문의 ‘수상 매일’ 코너에 아베 전 총리가 같은 날 오전 11시21분 당사에서 하기우다 대행과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면서 보고서에 기록된 면담 시간과 겹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베파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하기우다 대행 측은 서면을 통해 당시 아베 전 총리와 만난 것은 인정하면서도 도쿠노 전 회장 등 가정연합 간부들이 면담에 동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거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 일본 총리관저 누리집 갈무리 |
또 보고서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측근이기도 한 하기우다 대행이 자민당 핵심 인사들과 통일교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정황을 포함해 하기우다 대행에 대한 언급이 약 70회 기재돼 있다. 하기우다가 일관되게 아베 전 총리와의 면담을 세팅했으며, 면담 시에는 항상 아베 전 총리 곁에서 지켜봤다는 내용 등이다. 이에 대해 하기우다 측은 “면회의 조정·중개 등을 계속적으로 실시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마이니치는 가정연합 보고서에 아베 전 총리에 관한 언급이 특히 많은 배경에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때부터 교단과 인연이 있었던 점을 언급했다. 또 장기 집권한 아베를 가장 중시하는 교단 측의 자세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도쿠노 전 회장은 2018년 9월의 보고서에서 “국가적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확고한 섭외 기반을 만들어간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아베 정권과의 관계를 깊게 해, 우리가 아베 정권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제언할 수 있는 레벨의 관계를 쌓도록 노력해 간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마이니치는 아베와 가정연합 간부가 면담하는 사진은 현재까지 2차례 확인됐다면서 아사히신문이 2024년 보도한 아베 전 총리와 하기우다 대행, 기시 노부오 전 방위상 등이 도쿠노 전 회장과 2013년 6월 자민당사에서 면담한 모습이 찍힌 사진을 소개했다. 또 2010년 8월 당시 야당이었던 아베 전 총리와 가정연합 간부들이 함께 찍힌 사진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가 23일 도쿄 중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중의원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또 마이니치는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은 보고서에 32회 나오는데 “다카이치씨의 후원회와 우리는 친한 관계”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씨를 전면적으로 응원해 왔다는 것이다”라면서 아베 전 총리가 가정연합과 가깝다는 관점에서 다카이치씨가 자민당 총재가 되는 것이 하늘의 최대 소원이라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다카이치 측은 마이니치 질의에 대해 서면으로 “교단과 깊은 관계는 전혀 없다”고 부정했다. 이밖에 보고서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측근인 사토 케이 관방부장관에 대한 기술도 나와 있다. 2022년 7월 선거에서 사토 부장관의 당선을 위한 응원 집회와 전화걸기 대회 등을 했다는 내용 등이다.
마이니치는 또 보고서에는 ‘우리와 가까운 의원들의 동향, 우리와 가까운 핵심인물로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 등 선거를 포함해 주요 정치적 고비마다 가정연합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의 움직임을 한 총재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가정연합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한 총재에게 가정연합 간부들이 일본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마이니치는 도쿠노 전 회장이 보고서 내용에 대한 질의에 서면을 통해 “보고서에 나의 보고 내용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치인들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는 “보고서 속에 등장하는 제삼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코멘트는 삼가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가정연합 측은 정치인에 대해 적힌 내용이 사실관계를 넘어서 표현이 과장돼 있거나 각색돼 있거나 사실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가정연합 내에 보고서 관련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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