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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김병기 사건과 불공정한 취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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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김병기 사건과 불공정한 취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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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김병기 의원의 부인은 과거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과 관련해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전화를 건 정황이 있다. "신원조회에서 탈락시켜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해놨다." "실장님께 확답을 듣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아 결례를 무릅쓰고 전화드렸다." 기조실장은 채용을 약속하는 듯한 솔루션을 내놨다. "경력직으로 추가 인원을 뽑을 건데, ○○이(장남)를 염두에 두는 것." "올해 안에 처리할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한 번만 더 믿고 기다려 달라. 책임지고 하겠다." 수개월 뒤 장남은 국정원에 채용됐다. 커뮤니티에선 '어떤 엄마가 아들 떨어졌다고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항의하나'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편입과 가상자산거래소 취업에도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취업 특혜 논란은 이 가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의 장남은 교수인 부친을 교신저자로 두는 논문을 썼고 이후 국책연구기관에 채용됐다. 이 후보의 삼남은 고교 시절 국회 인턴을 했다. 당사자들은 청탁 사실을 부인한다.

다수 국민은 취업이라는 인생을 건 경쟁을 치른다. 그런데 평등을 지향하는 정부에서 취업 기회의 불평등은 되려 심화한다. 지도층은 희소한 일자리를 자기 가족, 동문, 정파에 사적으로 배분하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지난해 12월 여당 의원은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우리 중(앙)대 후배"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으로 청탁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비서관은 "네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노태악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이스타항공 특혜 취업 논란은 권력의 정점까지 채용 부조리가 퍼졌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취업 기회의 불평등은 소수 엘리트를 넘어 사회 전반에 확산해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는 458개 공직유관단체에서 자의적 합격자 결정 등 832건의 채용 위반을 적발했다. 일부 대기업은 서울 최상위권 대학 특정 학과 출신을 비공개로 선발한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5개 서울 최상위권 대학은 수강생의 57~60%에 A학점을 줬다. 다수 중위권 대학은 상대평가여서 A학점 비율이 30%대 초·중반에 그쳤다. 성적증명서에 절대·상대평가가 표시되는 것도 아니어서, 중위권 대학 출신은 취업시장에서 성적으로도 명문대 출신보다 열등하도록 위치 지워진다. 공공기관은 지역인재를 30% 채용해야 하지만, 할당량은 채워지지 않는다("지역인재 미달인데 법 지켰다…예외 조항 허점" 광주MBC).

부르디외의 '사회적 자본' 이론과 애로-펠프스의 '통계적 차별' 이론은 한국사회의 불공정한 채용시장을 잘 설명한다. 지도층은 권력과 부로 인맥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자녀와 지인에게 취업특혜를 준다. 통계적 차별 이론에 따르면, 소수의 좋은 직장은 구직자의 개인적 잠재력을 일일이 검증하는 대신 인서울 최상위권 대학 출신 같은 집단의 평균적 특성을 기준으로 뽑는 편이다. 채용 기회의 불평등은 구조화된다.

대기업 급여의 60%인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급여의 절반인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면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구직 시장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위권 대학 출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지금 많은 취업준비생은 엄청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권력형 특혜채용과 구조적 차별이 계속된다면, 청년의 불안은 임계점을 넘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뀔 것이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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