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에서 만난 노트북은 분명 이전과 다른 느낌을 줬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이 달라졌다. 인텔, AMD, 퀄컴의 새로운 하드웨어가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노트북 소재의 진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논쟁의 초점은 플라스틱이냐 금속이냐를 넘어섰다. PC 제조사는 물리적인 ‘촉감’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금속과 합금의 세계가 한층 넓어졌다.
오늘날 최신 노트북 섀시에 사용되는 소재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최근 필자는 플라스틱 노트북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다룬 바 있는데, 지금의 플라스틱은 더 이상 저가의 상징이 아니다. 완성도가 높은 플라스틱 노트북은 손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고무처럼 안정적이며, 과거처럼 삐걱거리는 느낌도 거의 없다.
사양표만으로는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노트북 소재는 PC 제조사가 제품 차별화를 위해 선택하는 다음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노트북의 경쟁력은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에서 갈리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제조사, 서로 다른 철학
필자는 CES 2026 현장에서 에이수스 노트북을 유난히 많이 만졌다. 에이수스가 새롭게 선보인 경량 소재 ‘세라루미늄(ceraluminum)’ 때문이다. 젠북 A14(Zenbook A14) 같은 제품은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에이수스는 세라믹 코팅 알루미늄(ceramic-coated aluminum)을 뜻하는 세라루미늄이 기존 알루미늄 섀시보다 더 가볍고, 동시에 내구성도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Michael Crider / Foundry |
이후에는 HP 옴니북 울트라 14(OmniBook Ultra 14)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HP 관계자는 이 노트북이 단조 프레스 방식으로 가공한 금속으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HP는 이 제품을 ‘검을 만들 듯’ 단조 금속으로 제작해 보다 튼튼한 인상을 주고 신뢰감을 높이려 했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하드웨어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과 각자의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에이수스와 HP 모두 기존의 평범한 알루미늄 섀시 노트북을 넘어서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금속이 같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노트북을 금속과 플라스틱, 2가지로 구분한다. 하지만 가장 가볍고 강한 노트북 중 일부는 금속이 아닌 탄소섬유(carbon fiber)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레노버의 씽크패드 X1 카본(ThinkPad X1 Carbon)이다.
금속 노트북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소재를 쓰는 것도 아니다. 많은 제품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지만, 일부는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한다.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을 결합한 합금 소재를 채택한 제품도 있다.
Michael Crider / Foundry |
알루미늄은 제조 비용이 비교적 낮은 대신 마그네슘보다 무겁다. 반면 마그네슘 합금은 알루미늄보다 가볍지만 가격이 비싸고, 긁힘에 취약하며 구조적 강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프리미엄 노트북은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마그네슘보다 강한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다. 다만 이런 제품은 가격대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에이수스의 세라루미늄은 순수 금속이라기보다는 하이브리드 소재에 가깝다. 알루미늄에 세라믹 소재를 결합한 방식으로, 매우 가볍고 손에 닿는 촉감도 일반적인 금속과는 다르다. 실제로 손끝이 닿는 부분은 금속이 아니라 세라믹 코팅층이다. 에이수스는 이 소재가 알루미늄보다 강하다고 설명한다.
노트북 금속 바디를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대부분의 알루미늄 노트북은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밀링(milling) 방식으로 제작된다. 금속판을 기계로 정밀하게 깎아내는 방식이다. 반면 HP가 채택한 단조 스탬핑은 전혀 다른 접근이다. HP는 “금속을 가열한 뒤 접고 두드려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공정을 통해 더 단단한 구조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탄소섬유, 여전히 과소평가된 소재
탄소섬유는 금속이나 합금보다도 더 뛰어난 노트북 소재다. 더 강하면서 더 가볍다. 우주선이나 스포츠카에 이 소재가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노트북 시장에서 탄소섬유가 널리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금속이나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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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에서 레노버는 씽크패드 X1 카본 14세대 아우라 에디션을 선보였다. 탄소섬유를 적용해 무게를 2.2lb까지 줄인 것이 특징이다. 코지마 프로덕션과 협업해 제작된 에이수스의 하이엔드 모델 ROG 플로우 Z13-KJP(ROG Flow Z13-KJP) 역시 탄소섬유 요소를 적용했다.
가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필자는 금속 대신 강하면서도 가벼운 탄소섬유 바디를 적용한 노트북을 선택할 것이다. 노트북 리뷰어로서의 분명한 판단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금속 노트북’을 더 프리미엄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탄소섬유의 가치를 알게 되면 이런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재활용 소재, 다시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
PC 제조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트북에 얼마나 많은 재활용 소재가 사용됐는지를 설명하는 데 유독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상당수 제품은 ‘해양 유입 플라스틱 폐기물(Ocean Bound Plastic, OBP)’을 활용한다. 재활용되지 않았다면 바다로 흘러 들어갔을 폐플라스틱을 다시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재활용·친환경 메시지는 플라스틱 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금속이나 탄소섬유를 적용한 노트북에서도 동일하게 강조되고 있다.
레노버 씽크패드 X1 카본 14세대의 사양표를 살펴보면, ‘책임 있는 설계(Responsible Design)’ 항목에서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제품은 탄소섬유 플레이트를 100% 바이오 기반 소재로 제작했으며, 프레임에는 재활용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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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곳곳에 사용된 금속 부품 역시 재활용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을 일정 비율로 포함하고 있다. 제조사는 이런 비율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노트북 본체에서 재활용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이다.
노트북 마케팅 문구에서는 재활용 소재 사용 여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소재의 촉감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제조사는 점점 더 소재의 ‘출처’와 생산 과정까지 판매 전략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노트북의 가치는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뿐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까지 포함해 평가받고 있다.
섀시 소재, 노트북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되다
필자는 다양한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수십 년 전 삐걱거리던 플라스틱 노트북으로도 컴퓨팅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꼈던 기억이 있다. 만족스러운 사용 경험을 위해 반드시 고급 소재의 노트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6년 기준의 일반적인 플라스틱 노트북조차 예상보다 훨씬 좋은 촉감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노트북에 사용된 소재가 일상적인 사용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소재에 따라 무게와 내구성, 손에 닿는 감각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매끄럽고 반짝이는 알루미늄 노트북과 무광 표면의 마그네슘 노트북은 모두 ‘금속 노트북’으로 묶이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노트북을 구매할 때 섀시 소재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여유가 있다면, 최종 선택 과정에서 소재를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노트북이 인텔, AMD, 퀄컴 칩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소재는 PC 제조사가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제 노트북의 경쟁력은 내부 부품뿐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에서 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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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Hoffm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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