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TV조선 '미스트롯4'의 하이라이트인 '1대1 데스매치'가 열린 지난 24일, 무대 위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가요계의 두 베테랑이 마주 섰다.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의 유미와 2011년 '나는 가수다'의 신데렐라 적우였다.
두 사람의 기운은 팽팽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고, 결과는 단 1표 차이였다. 승자는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른 적우였다.
이날의 승리는 단순히 다음 라운드 진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우에게 이번 무대는 15년 전 자신을 향했던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따뜻한 위로로 바꿔낸, 일종의 치유 의식과도 같았다. 진행자 김성주조차 펑펑 울게 만든 적우의 노래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었을까.
시간을 15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 적우가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잔인했다. 임재범, 박정현 같은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노래하던 곳에 이름 없는 무명 가수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당시 싫다는 의견이 90%에 달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녀는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무대 위에서 적우는 떨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음이 불안하기도 했고, 창법이 옛날 방식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그때 그녀를 버티게 한 건 '겸손'이었다. "내가 감히 이런 무대에 서게 되어 영광"이라며 자신을 낮추던 그녀의 태도는, 노래 실력만 믿고 뻣뻣하게 굴던 일부 가수들과 비교되며 조금씩 진심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 논란'이라는 꼬리표는 꽤 오랫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였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26년, 적우가 다시 경연 프로그램인 '미스트롯4'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이름을 알렸고, 작년에는 대구에서 단독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안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계급장을 떼고 살벌한 서바이벌 현장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1 매치 승리가 확정된 후, 적우는 그 이유를 담담히 털어놨다.
"제 오랜 팬이 많이 편찮으신데, 이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십니다. 그분께 힘내라는 의미를 담아 선물로 드리고 싶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부른 '여러분'은 바로 그 팬을 위한 편지였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줄게"라고 읊조리는 적우 특유의 거친 목소리는, 15년 전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떨리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감싸 안으려는 단단한 위로의 목소리였다.
상대였던 유미 역시 만만치 않았다. 남진의 '상사화'를 선곡한 유미는 자신의 장기인 시원한 고음을 쏟아냈다. 소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현란한 기술은 "한계가 없는 고음"이라는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웠던 유미의 무대 앞에서, 적우는 기교 대신 '심장'을 꺼내 보였다. 목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갈라지는 소리조차 한(恨)으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호소력에 마스터 박선주는 "이 무대를 심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감히 점수를 매길 수 없는 무대"라며 극찬을 보냈다.
결국 심사위원들과 국민들은 '완벽함'보다는 가슴을 울리는 '진심'에 손을 들어주었다. 1표 차의 승리. 그것은 적우가 걸어온 굴곡진 인생사가 트로트라는 장르를 만나 비로소 꽃을 피운 순간이었다. 과거 그녀의 거친 목소리가 맑고 고운 발라드 시장에서 낯선 것으로 취급받았다면,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는 트로트 판에서 그 목소리는 대체 불가능한 무기가 되었다.
적우는 이제 다음 라운드로 직행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등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15년 전 '논란의 무명 가수'였던 적우는 이제 아픈 팬을 위해 노래하는 '진정한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의 신곡 제목처럼, 적우의 '아름다운 인생'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부르는 위로의 노래가 병상에 있는 팬뿐만 아니라, 삶에 지친 모든 '여러분'에게 따뜻한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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