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주요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 절차에 착수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한 가운데 쿠팡 측이 "당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미국 투자사의 ISDS 중재의향서 제출은 당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쿠팡은 모든 정부 조사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사들의 강경한 행보가 자칫 한국 정부와의 갈등을 증폭시켜 현재 진행 중인 조사나 규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22일(현지시간) 엑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주주인 그린옥스 캐피탈과 알티미터 캐피탈은 미 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 정부의 행위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 법무부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이유로 ISDS 중재의향서를 발송했다.
이들 투자사는 법률 대리인인 코빙턴을 통해 보낸 서한에서 "한국 당국이 쿠팡에 대해 수년간 선택적인 법 집행을 해왔으며, 지난해 발생한 데이터 유출 사건 이후 이러한 행태가 더욱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정부가 검찰, 공정위 등 여러 기관을 동원해 반복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상업 계약을 차단하는 등 쿠팡을 파산시키기 위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범석 의장을 포함한 미국 국적 임원들을 형사 고발하기 위해 한국으로 소환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투자사들은 이러한 조치의 배경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지목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은 반미 성향을 보이며 중국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선 초기부터 미국과 쿠팡에 적대적인 발언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총리가 최근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마피아를 소탕하는 각오로 시장 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쿠팡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린옥스 등은 한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쿠팡의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 증발했으며, 자신들을 포함한 미국 주주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그린옥스는 11억 달러, 알티미터는 약 2억 1000만 달러 규모의 쿠팡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항이다. USTR은 청원 접수 후 45일 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ISDS 역시 의향서 제출 후 90일이 지나면 정식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관련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자칫 한미 통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손종욱기자 handbell@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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