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하이볼 세금 낮춘다…정부 감세 카드에 침체된 주류시장 ‘주목’

조선비즈 변지희 기자
원문보기

하이볼 세금 낮춘다…정부 감세 카드에 침체된 주류시장 ‘주목’

서울맑음 / -3.9 °
정부가 하이볼 등 저도수 주류에 대한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든 주류업계에 활력이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하이볼이 ‘대세 주류’로 자리 잡으며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캔하이볼과 맥주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캔하이볼과 맥주가 진열돼 있다. /뉴스1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16일 ‘2025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4월 1일부터 2028년 12월까지 저도수 혼성주에 대해 주세를 30% 한시 감면한다고 밝혔다. 감면 대상은 알코올 도수 8.5도 이하이면서 불휘발분 2도 이상인 혼성주류다. 혼성주류는 증류주에 당분·향료 등을 섞은 것으로, 전체 용량 중 물과 알코올을 제외한 성분을 불휘발분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하이볼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증류주에 다른 성분을 섞은 하이볼이 있는가 하면, 와인 또는 과일 등을 넣은 하이볼이 있다. 증류주를 기반으로 한 하이볼이 이번 세금 감면 대상이다. 그동안 제조원가의 72%에 달하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 왔다. 이번 조치로 주세가 낮아지면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연쇄적으로 줄어들어 소비자 가격은 현재보다 15%가량 인하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와인 또는 과일 등을 넣은 하이볼은 혼성주류가 아닌 과실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세 감면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과실주의 주세율은 출고가 기준 30%다.

최근 주류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주류 소비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2023년 와인 소비량은 2.6% 급감하며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하이볼을 포함한 RTD(Ready-to-Drink·바로 마실 수 있도록 완제품 형태로 출시된 주류·음료) 시장은 성장세다. 데이터브릿지에 따르면 글로벌 RTD 시장은 연평균 7.5% 성장하고 있다. 국내 RTD 시장 규모도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 2022년 358억원에서 2023년 673억원으로 87.9% 증가했다. 2024년에는 1194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취하지 않는 음주 문화와 저도주·논알코올 선호 현상이 강해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는 이번 세제 완화가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감면 대상이 증류주·기타주류로 제한되고,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다수 제품이 과실주라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주류 대기업에는 주세 감면 혜택의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에는 해당되는 주류가 없다.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하이 레몬’, ‘스카치하이 진저라임’은 주세 감면 대상이지만 매출 비중이 작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은 IP(지식재산권) 협업이나 PB(자체브랜드) 제품으로 하이볼을 여럿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과실주’에 해당해 주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감면 대상은 일부에 불과한 셈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출고가에 반영해야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유통 채널이 가격 인하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라며 “특히 정부가 기업당 연간 반출량(수입량) 400㎘까지만 감면 혜택을 주기로 제한을 뒀는데 취지 자체가 중소 규모의 제조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수제맥주·크래프트 브루어리 등 중소업체들이 매출 다각화를 위해 하이볼을 내놓고 있는데, 이러한 업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븐브로이는 ‘하이볼에 빠진 레몬’, ‘하이볼에 빠진 자몽’ 등 RTD 하이볼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제주맥주는 대한제분과 파트너십의 연장선으로 ‘곰표 하이볼’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카브루는 ‘이지 하이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에반 버번 하이볼’ 등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감세 정책이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제조사가 가격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체감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