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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근로자 추정제 난감…택배사 "입증 안돼" 대리점 "사용자 될라"

뉴스1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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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근로자 추정제 난감…택배사 "입증 안돼" 대리점 "사용자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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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책임 사업주로…특수고용 택배기사 '근로자 전환' 가능성

최저임금·주휴수당·퇴직금까지…업계 "시한폭탄 안고 가는 셈"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놓고 택배업계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 DB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놓고 택배업계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 DB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로 우선 추정하는 이른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택배업계가 제도 변화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택배기사가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온 만큼, 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영향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분쟁시 노무 제공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업주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이 경우 최저임금, 주휴수당, 4대 보험,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상 강행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입증 책임 감당 어렵다"…택배업계 전반 '우려'

택배업계는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입증 책임이 사업주로 전환되는 구조 자체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분쟁이 발생하면 초기 단계부터 근로자성을 전제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나 법무 조직이 있더라도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정부 정책이라면 따르겠지만 현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내부적으로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사안에 따라 분쟁 범위가 끝없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택배대리점 "사업 접으라는 말과 같다"…현장 반발

명절을 앞두고 택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5.1.1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명절을 앞두고 택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5.1.1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중간 사용자 역할을 맡는 택배대리점들은 우려를 넘어 강한 반발을 보인다. 업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제도라는 지적이다.

한 택배대리점협회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대리점이 사실상 사용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건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 대부분이 영세 사업자인데, 최저임금·주휴수당·퇴직금·4대 보험 부담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되면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급여 구조를 둘러싼 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택배기사는 대부분 건당 수수료 방식으로 보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건당 1000원이 책정된 상황에서 일정 시간 동안 처리 물량이 적을 경우, 시간 기준으로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차액 지급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휴수당이나 퇴직금 역시 어떤 기준으로 산정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만약 퇴직금까지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대리점이나 업계 전반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계 "방향성은 공감"…입법 보완 필요성 제기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제도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로자 추정제가 실질적인 권리 보장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법 사각지대를 국가 책임으로 해소하겠다는 문제의식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노동자 정의를 확대하지 않은 채, 분쟁 이후에만 근로자로 추정하는 구조에서는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 규정'에 근로자성 판단 기준과 추정 원칙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별 소송이나 분쟁에 의존하지 않고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택배업계는 근로자 추정제가 노동자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산업 구조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한층 구체적인 기준과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을 하나씩 안고 가는 셈"이라며 "정부와 국회, 업계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중요한 법안을 법률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 구성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면서 "이 사안은 단순한 제도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2주간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택배터미널에 택배 차량이 멈춰 서 있다.  2023.7.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민주노총이 2주간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택배터미널에 택배 차량이 멈춰 서 있다. 2023.7.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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